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시원한 카페로 잠시 더위를 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진상 고객'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커피숍 점주들은 무리한 항의를 하거나 욕설·폭언을 쏟아내는 이 같은 '블랙 컨슈머'가 여름철에 늘어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유명 커피 브랜드 S사는 올해 5월 한 남성 A씨의 이어지는 환불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A씨는 국내 한 S 커피숍 매장에서 빵과 디저트 등 10여 종 10여만원어치를 한꺼번에 신용카드로 산 뒤 포장해갔다.

그러나 이 남성은 얼마 뒤 매장 측에 연락해 "임신한 배우자가 음식을 먹고 응급실로 가고 있다"며 "현재 병원에 와 있어서 매장을 다시 찾기는 어려우니 즉시 환불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A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서 문제가 있었고, 얼마나 먹은 상태에서 증상이 나왔는지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전화로만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진이라도 보여 달라는 매장 측의 요청을 거절하고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매장뿐 아니라 인근 매장 3곳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제품 구입 후 환불을 요청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돼 급기야 S사 본사 측에서 조사를 나선 결과 모두 A씨 한 사람의 요구임이 드러났다.

S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 같은 고객임이 확인돼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케이크 한 건에 대해서만 결제를 취소해줬다"며 "비슷한 다른 요구에는 단호하게 응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S사는 A씨 사례 외에도 ▲ 욕설·반말·폭언 등의 언어폭력 ▲ 술 취한 단체 고객이 고성방가로 주변 고객에게 피해 ▲ 결제할 신용카드를 직원에게 던짐 ▲ 종이 영수증을 받고 구긴 뒤 다시 직원에게 던짐 등 직·간접적인 고객의 '갑질'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비단 S사뿐 아니라 유명 브랜드 커피숍이나 베이커리라면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빵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P사 한 매장에서는 치솟는 기온에 시원한 매장에 들어와 제품을 산 고객이 '테이블이 왜 없느냐'며 역정을 내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곳은 원래 테이블이 없는 매장이었다.

P사 관계자는 "동네 주민이 1천원짜리 빵을 사 먹고 3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경우나 빵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손님도 있지만, 단골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다"며 "날씨도 더운데 제품 가격이 비싸다며 점주에게 항의하는 손님도 봤다"고 털어놨다.

시원한 아이스 음료에 손이 가는 여름철에는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항의하는 고객이 많다. 과일을 믹서로 갈아서 제공하는데 하필 빠졌다는 이물질은 '온전한 모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아 골치라고 설명한다.

주스를 파는 J사 관계자는 "과일주스를 마신 뒤 제품이 차서 배탈이 났다며 항의하는 분이나 손톱·벌레가 나왔다고 지적하는 고객이 있다"며 "수박씨가 갈릴 정도로 잘게 갈아 내놓는데 벌레는 멀쩡히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본사 고객 상담원 2명은 종종 전화를 끊지 않고 수 시간째 항의는 이 같은 '블랙 컨슈머'로 곤욕을 치를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점주나 프랜차이즈 본사 측에서 '진상 고객'을 대상으로 112에 신고까지 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에 누를 끼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J사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을 수 있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며 "부족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우리가 사과하고 대처해야 하겠지만, 단순한 '화풀이'나 사익을 꾀하는 손님이라면 대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블랙 컨슈머'로 집계된 사람은 연간 20명 안팎"이라며 "주로 6∼9월 여름 시즌에 속칭 '블랙 컨슈머'의 50%가량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