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세' 단기적으론 자동화 인한
인력대체 속도 줄이는 효과 거두고
장기적으론 실직자 전직 재원 활용
4차산업혁명 부작용 줄일 수 있다

기존 알파고 리는 16만 건에 달아는 인간 바둑기사들의 기보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 러닝'과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바둑을 두며 실력을 쌓는 '강화학습'을 통해 바둑을 배웠다. 이세돌을 이기기까지 12개월이란 긴 학습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알파고 제로는 바둑의 룰만 알려주고 스스로 학습해 최강자의 자리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AI) 을 탑재한 로봇이 딥러닝을 통해 인간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하는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유기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연구팀은 '미래사회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을 인공지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공지성은 지속적으로, 또 놀라운 속도로 진화해 최상위층 노동마저도 위협할 만큼 끊임없이 인간의 경제 영역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 시민권자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올해 초에 한국을 찾았다. 소피아는 인간의 62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 또 자신의 의지로 실시간 대화를 선보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앞으로 20~30년간 인공지성 기반의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질 것이며 이는 인류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계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비싼 독일로 회귀시킨 배경에는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인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 아디다스의 발표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단 10명의 인원만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저임금 해외 생산기지에서 동일한 생산량을 얻기 위해서는 600명이 필요했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무려 8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 것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로봇 밀집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수는 531대다. 싱가포르가 398대로 2위, 일본이 305대로 3위, 세계 평균이 69대인데 한국의 로봇 밀집도는 압도적이다. 물론 한국이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전자, 반도체 산업 중심의 제조업 국가인 것이 배경이지만 여러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그 부가가치는 기업주가 대부분 가져가는 산업구조에서 대기업들의 막대한 이윤축적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로봇투입이 많은 자동차 회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력을 감축하여 생산성을 높인 것을 회사의 이윤이 많다 하여 근로자들은 현재도 고임금인데 더 많은 임금을 쟁취하기 위하여 매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인원을 줄인 만큼 로봇세 등을 통하여 일정부분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로봇세 도입으로 기업이 일방적인 로봇 도입 보다는 대체인력활용 등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도록 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반복적이며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많은 업무는 AI로봇이 담당하게 하여 인간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로봇의 성과물을 활용하여 보다 정확한 진단으로 합법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감성에 기초한 양질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로봇이 상생, 협업하는 새로운 직무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달 29일 국회 경제 연구모임인 어젠다2050에서 '기계세 도입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고 정부에서도 세법개정안에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면서 한국형 로봇세 도입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봇세의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자동화로 인한 인력 대체 속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장기적으로는 실업자들의 전직 과정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