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지은 의무실 '독특' 평가
내셔널트러스트 캠페인 본상 수상
기숙사·강당 등 스튜디오·카페로
동구 "협의 잘되면 정부공모 검토"


인천 동구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이 중단된 동일방직 인천공장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구상을 추진한다. 동일방직 인천공장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들이 남아있어 보존·활용가치가 높다는 판단이다.

동구는 만석동에 있는 동일방직 인천공장(7만5천817㎡) 내 일부 건축물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동일방직(주)에 제안했다고 1일 밝혔다.

동일방직 인천공장은 인건비 상승,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임시휴업 중이다. 동일방직은 휴업 직전 동구에 공문을 보내 해당 사실을 알렸다.

동구는 동일방직 인천공장 내에 있는 의무실, 기숙사, 강당 등 건축물을 보수해 스튜디오나 카페 같은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5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일방직 의무실(258㎡ 규모)은 우리나라 전통양식, 서양식, 일본식이 복합된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이라는 평가다.

이 건물은 2014년 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당과 기숙사는 1970년대 한국 여성 노동운동의 역사가 서린 공간이다.

당시 한국 섬유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회사였던 동일방직 인천공장에는 종업원 수만 1천6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부분 여공이었다. 동일방직 노조는 1972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지부장을 탄생시켰다.

1978년 2월에는 동일방직 노조가 대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시도하자, 사측에 매수된 남성 직원들이 여성 조합원들에게 분뇨를 뿌리며 막아버린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른바 '똥물투척사건' 이후 단식 농성 등 투쟁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 126명이 해고됐고, 노동계에서는 전국적으로 동일방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다.

동일방직 인천공장 내 건축물들을 '노동사 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구는 2차례에 걸쳐 동일방직 측과 건축물 활용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동일방직이 부지와 건축물 사용 등을 승인해줄 경우,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사업 추진 방식 등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동구 관계자는 "동일방직과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정부 공모사업 참여 등 여러모로 사업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방직 관계자는 "동구에서 일부 건축물이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공간이라서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일부 건축물의 활용에 대해선 검토 중이지만, 공장 부지 전체에 대한 활용은 현재 폐쇄가 아닌 임시휴업 중이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김태양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