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인 정진영 작가가 일상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권력의 시스템과 폭력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 소설 '침묵주의보'를 펴냈다.
책은 한 언론사에서 벌어진 인턴기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대혁은 일간지 '매일한국'에서 6명의 인턴 기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대혁은 이들 중 김수연이라는 인턴기자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면서 친분을 쌓게 된다.
어느 날, 국장은 대혁에게 수연의 학벌과 나이를 문제 삼으며 정규직 기자 선발에서 떨어뜨릴 것을 암시한다. 근처에서 수연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그날 밤 수연은 자신의 유서를 회사의 온라인 기사로 배포하고 5층 편집국에서 투신한다.
이후 대혁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는 회사와 이에 침묵하는 동료들, 그리고 자신의 위선적인 태도와 무기력함에 고통스러워한다. 진실을 밝히느냐, 끝까지 침묵하느냐 두 갈래의 길에서 그의 내적 갈등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일간지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언론사의 생리와 이해관계를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서 풀어낸다.
정의롭지 못한 윗선의 비리와 위선에 엮이게 된 힘없는 '을'이 겪게 되는 내적 갈등, 현실에서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언론인의 역할까지 폭넓게 담았다.
또한 우리 일상에 만연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고, 자의와 다르게 동조자 혹은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낸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