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401000235200009581.jpg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조사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자 공론화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 예비비로 책정된 예산은 16억9천800만원이다. 공론화에는 국가교육회의 예산도 3억원 이상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위와 공론화위원회는 수십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 전문가협의회를 열고 시민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유예를 발표한 이후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공청회(대입정책포럼)까지 합치면 대입개편에 쏟아부은 예산과 시간은 더 많다.

하지만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두 개편안이 오차범위 내 1, 2위로 나오자 지난 1년간 혈세 20억원을 쏟아부어 확인한 결과가 '대입개편은 난제'라는 원론적인 사실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대입개편처럼 여러 변수가 맞물린 복잡한 정책을 다수의 시나리오로 공론화에 부친 것부터 잘못이라는 지적도 크다.

신고리5·6호기 건설 문제의 경우 건설 재개가 59.5%, 중단이 40.5%로 오차범위(±3.6%포인트) 밖에서 결론이 났다.

건설 재개와 중단, 판단 유보 등 비교적 단순한 3가지 선택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이번 대입개편 공론화의 경우 복잡한 특성을 가진 4가지 시나리오가 선택지가 됐다.

▲ 학생부전형-수능전형 비율 ▲ 수능 평가방식 ▲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 등 여러 쟁점이 맞물려 있는데 이를 한꺼번에 시나리오에 담았기 때문이다. 또 각 계층과 개개인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입시 문제를 원전 건설 문제처럼 공론화에 의존해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순진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비슷한 성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나리오별 특성 때문에 지지하는 안이 갈렸다.

수험생이 아니면 관심 없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입제도를 인기투표 방식으로 정하는 게 옳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간다는 공론화 취지에 무색하게 교육계가 '수능 상대평가파(派)'와 '수능 절대평가파', '정시모집 확대파'와 '정시모집 확대 반대파'로 나뉘어 양보 없는 싸움만 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론화위는 시민 의견을 직접 확인하고 정책당국과 교육 전문가들에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의제를 던졌다는 점을 들어 이번 공론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다수 의견이 확연히 나올 사안이었다면 오히려 공론화까지 안 왔을 수도 있다"며 시민들의 정확한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무리하게 다수 의견을 이끌어냈으면 더 큰 혼란이 왔을 것"이라며 "어느 한쪽으로 밀어붙이듯이 딱 (결론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시민들이) 정확하게 보여주셨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 그럼에도 현재는 학생들을 변별할 수단이 부족해 절대평가가 시기상조라는 점 모두 이전부터 교육계에서 계속 제기돼 온 주장이다. 수고스럽게 먼 길을 돌아서 '뻔한 결론'을 확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입개편을 시민참여단의 투표에 맡긴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이 정부를 뽑는 것은 '당신들의 국가운영 비전에 동의하니 구체적 안을 만들어 시행하라'는 뜻"이라며 "현재 교육의 문제와 비전, 정책을 밝히는 것이 교육당국의 역할인데 (시민들이) 손 드는 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교육부의 '공직자 패배주의'"라고 지적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대입제도 개편은 공론화에 붙여볼 만한 주제"라면서도 "대입제도 개편은 (많은) 교육정책 중 하나인 만큼 교육부가 맡고 국가교육회는 교육정책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