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떠나는휴가객6
'백령도로 바캉스 떠나요'-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 가운데 5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잔교에서 백령도로 떠나는 휴가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한 아름 짐을 들고 여객선에 승선하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지자체 비용 지원에 공동식사까지
마을회관 어르신들 피서지 떠올라

야외상가 '썰렁' 낮 섬 관광 '포기'
시원한 실내 커피숍·식당가 '북적'

열대야에 '심야 영화감상' 매진행렬
냉방 잘 된 모텔서 하룻밤 '숙면'도


"여름이 아니라 재난 수준입니다. 내년 여름은 또 어떨지…." 기온이 밤낮 가리지 않고 연일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도심 전체가 불가마를 방불케 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집에서도 에어컨을 켜고 시원하게 지낼 수 있지만, 전기료 폭탄 때문에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시민들의 주말 표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무더위 쉼터

인천시는 폭염이 이어지자 지난 4일 동구 송림체육관 지하 2층 보조경기장을 24시간 무더위 쉼터로 지정했다.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체육관은 오는 13일까지 운영되며 제습기와 에어컨이 24시간 가동된다. 인천시와 인천중부경찰서 등 유관기관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께 송림체육관에는 주민 100여 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TV와 정수기 등을 설치했다.

텐트 등을 챙겨오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매트리스 등을 제공했다. 시 관계자는 "시간에 맞춰 조명 등을 조절하며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민(62·여·동구 금곡동)씨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오후 7시부터 와서 쉬고 있다"며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도 못한다. 생각보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더위를 피하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노인정도 여름철 최고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의 전기요금 지원으로 전기요금을 걱정하던 노인들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기배동의 한 마을회관은 하루 평균 20명 내외가 아침 9시에 나와 저녁 6시까지 공동으로 밥을 해먹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 더위를 피하자, 대형 쇼핑몰 몰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께 찾은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유명 매장과 다양한 먹거리로 '걷고 싶은 거리'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지만, 폭염으로 야외 테라스와 공연장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슷한 시각 송도의 또다른 야외 쇼핑몰인 '커낼워크'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주말이면 주차난을 겪던 송도 센트럴파크 주변도 차 한 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했다.

반면, 실내 대형 쇼핑몰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송도 현대아울렛 내 카페나 식당가에는 테이블마다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현주(36·여·부평구)씨는 "밖을 걸어 다닐 엄두가 나질 않아 실내 쇼핑몰을 택했다"며 "이곳은 두 개의 대규모 쇼핑몰이 서로 지하로 연결돼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오후 4시께 찾은 연수구 '스퀘어원' 쇼핑몰도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500대의 주차공간이 만석이었다. 차량 행렬이 인근 사거리까지 이어져 주차장에 들어서는 데만 20여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식당가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윤모(25·여·남동구 만수동)씨는 "전기료 걱정에 매일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도 없어 요즘은 낮부터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예 저녁까지 먹고 집에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 열대야 피하는 데는 영화관이 최고

오후 9시 40분께 남동구 구월동 CGV 인천점. 주말 영화 관람을 예매한 손님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예매를 하지 못한 손님들은 10시 35분, 10시 40분 표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매진'이라는 얘기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일부 관람객들은 다음 날 0시 10분 시간대에 상영하는 영화를 보겠다며 2시간여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종분(44·여·남구 주안동)씨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더운 여름인 것 같다"며 "집에서 에어컨을 마냥 틀어놓고 지내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 시원한 영화관을 찾았다"고 했다.

■ 불면증 겪는 시민, 호황 누리는 모텔

수원에 사는 A(32)씨는 최근 무더위로 인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다 지난 2일 숙면을 위해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있는 모텔을 찾았다고 했다.

A씨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 퇴근하기 무서울 정도"라며 "숙박비 3만원을 내고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모텔 수십 곳이 몰려 있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에는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모텔로 몰리기도 했다.

한 모텔 직원은 "모텔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커플인데, 요즘은 혼자 모텔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열대야 탓에 손님이 갑자기 늘어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 섬지역도 낮에는 관광 일정 포기, 일부 시민은 운동으로 더위 나기도

휴가철을 맞아 서해5도 백령도·대청도행에는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한낮에는 야외 관광 일정을 자제할 정도였다고 한다.

백령도에서 관광 안내를 하는 김모(50)씨는 "오늘(4일)도 안내하다 너무 뜨거워 오후 2시에 낮 일정을 포기했다"며 "백령도에서 평생 에어컨도 없이 살았는데, 올여름은 너무 덥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야외 체육공원을 찾아 운동으로 땀을 빼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나기도 했다. 5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 암벽연습장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암벽 등반 연습을 위해 찾은 동호인들이 몰려 서로의 기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