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지휘자·피아니스트·교육자로 활동
뉴욕 필하모닉 중심으로 수많은 명연과 함께
'대중의 클래식화' 이끌어 낸 낭만주의자

이 위대한 음악가를 기리기 위한 행사가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다. 번스타인의 악보 판권사 '부시앤드호크스'에 따르면 2017~2018 시즌에 전 세계에서 기념 공연과 이벤트가 2천여회 열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번스타인 메모리얼 콘서트'를 시작으로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지난 3월에 열린 정기 연주회를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로 꾸몄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0월 티에리 피셔의 지휘 아래 오페라 '캔디드'를 콘서트 버전으로 선보인다. 같은 달 내한하는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도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연주한다.
소니의 번스타인 지휘 앨범 100장 세트를 비롯해 도이치그라모폰과 데카도 공동으로 앨범과 DVD 세트를 내는 등 음반사들도 기념 음반들로 거장을 추억한다.
보스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번스타인은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교육자로 활동했다.
하버드대에서 음악이론과 철학을 전공하고 커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번스타인은 25세였던 1943년 뉴욕 필하모닉 부지휘자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해 번스타인은 연주회를 앞두고 갑작스레 몸져누운 '지휘계의 거성' 브루노 발터의 대체 지휘자로 11월 14일 공연(라디오로 미 전역에 중계)을 치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58년 최연소(40세)로 뉴욕 필 음악감독에 취임한 번스타인은 11년 동안 재임하며 뉴욕 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60년대 번스타인과 뉴욕 필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전곡(CBS)을 최초로 녹음하는 등 역대 가장 많은 콘서트를 개최했다.
또한 번스타인과 뉴욕 필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CBS TV 방영)로 대중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에미상을 받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는 후대 지휘자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금난새는 이 프로그램을 접한 후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고 일전에 밝힌 바 있으며, 사이머 래틀은 버밍엄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로 재임 때 20세기 모더니즘 음악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이 또한 번스타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70년대 교양 애독서로 꼽힌 '음악의 즐거움'을 비롯해 번스타인의 저서들 또한 서양 음악과 번스타인의 음악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70년대 들어서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번스타인은 빈 필하모닉을 중심으로 수많은 명연을 이끌어냈다. 특히 서거 직전(1985~1989년) 완성된 두 번째 말러 교향곡 전집(도이치그라모폰)은 말러 애호가들의 바이블과도 같다. 말러 연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뛰어난 세 오케스트라들인 빈 필하모닉과 뉴욕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전곡을 완성했다. 1960대 녹음한 전집이 말러 음악의 '지표'와 같은 역할을 했다면 두 번째 전집은 보다 사색적이며 느려진 템포 속에서 말러 음악의 본질을 찾아 탐닉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일기 시작한 '말러 붐'에 불을 지핀 음반이기도 하다.
어린이 음악팬들에게 설명한 "훌륭한 지휘자가 되려면 악보 한 마디 한 마디를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해석해서 완벽하게 이해해야 합니다"에는 번스타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수많은 명연과 함께 '대중의 클래식화'를 이끌어낸 열정적인 낭만주의자였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