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2개짜리 9평(30.24㎡) 남짓한 공간에서 그는 한 달간 머무르며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고민하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강북 도심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 시장이 살고 있는 옥탑방으로 선풍기를 선물로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런 옥탑방 살이를 두고 요즘 정치권과 SNS 등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고, 에어컨이 있는 서울시 집무실에서 더 참신한 정책을 하라는 시민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부정적 여론에 박 시장은 "난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다. 서민 체험하러 온 것도 아니다. 난 여기 일하러 왔다"면서 "시원한 에어컨 대신 뜨거운 시민 속에서 보니 잘 안 보이던 것들, 놓치고 넘어갔을 것들이 보인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차라리 쇼라도 하라"고 맞받아쳤다. 자신의 옥탑방 생활을 지지하는 SNS 댓글을 인용해 "부탁인데 일도, 책임감도, 애민사상도, 아무것도 없으면 쇼라도 해라. 뭔 배짱이냐"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원순 시장과 같은 당 출신의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근 직원들로부터 폭염 대책을 보고받고 난데없는 감사관실 직원들을 호출했다고 한다. 매년 시와 각 기초자치단체가 수립하고 있는 무더위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25명의 감사관실 직원들이 투입된 이번 현장 점검에서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인천지역 무더위 쉼터 대부분은 주말과 야간에 운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폭염 대책을 최근 들어 수립하는 등 늑장대응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함께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무더위 쉼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동구에 있는 송림체육관을 24시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현재 시행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의 한 측근은 "박 시장은 일회성 행사나 보여주기식 현장 시찰 등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폭염 대책과 관련해서도 시장이 현장 한 번 가보고 다음 날 동정 사진이 각 언론사에 실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실질적인 대책을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은 4년 임기 동안 정치인과 행정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들이다. 때에 따라선 정치인으로서의 '이벤트'도 필요하고 행정가로서 정책적 노련미도 보여줘야 한다.
쇼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자치단체장의 시정 진정성과 사업 성과다. 지금 당장 쇼라고 비판받는다 해도 이후 정책적 성과를 도출하고 시민들이 그 성과로 인해 살기 좋아졌으면 그것으로 해당 자치단체장의 평가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 살이는 물론 박남춘 시장의 폭염 대책도 쇼가 될 수 있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