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1천828억 달러, 구글 1천321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천49억 달러.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평가 1~3위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은 476억 달러로 7위를 차지해 아시아 기업 최고 브랜드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브랜드는 그 자체로 중요한 자산이다. 평판이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형성해 미래의 시장을 보장한다. 최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브랜드 자체가 혁신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지구적인 추종자를 거느린다. 구찌, 프라다, 루이뷔통에 대한 열광은 비판받을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거나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대형사고에 대한 위기대응 방식이 중요해졌다. 책임을 미루고 발뺌하다가 오명을 키운 사례가 많아서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알래스카 해안 2천㎞를 오염시킨 유조선 좌초 사건으로 70억 달러의 사고수습 비용을 쓰고도 업계 1위에서 3위기업으로 전락했다. 2009년 미국에서 발생한 페달게이트로 도요타는 천만대 리콜비용은 물론 소비자에게 11억달러를 물어줘야 했다. 이와 별도로 시가총액 22조원이 증발했다.
서민에게는 꿈의 자동차인 BMW가 한국에서 단단히 사고를 쳤다. 올해에만 32대의 BMW 520d 승용차가 주행중에 불이 났다. 가장 최근엔 안전진단까지 받은 자동차마저 불이 나면서, 차주들은 현재 진행중인 리콜마저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BMW는 왜 한국에서만 불자동차가 된건지 설명을 안하고,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대책이라고 내놓은게 주행자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이 한심하니 BMW는 여기저기서 주차거부를 당하고, 차주들은 집단소송에 나섰다. 314억 달러의 BMW 브랜드 가치가 무색해졌다.
6일 BMW코리아가 대국민사과를 했다. BMW 본사는 기자회견에 기술자를 보낸게 고작이니, 이 또한 한국 고객과 한국을 무시한 처사 아닌가. 미국에 '디젤 게이트' 손해배상금으로 147억 달러를 낸 폴크스바겐이 한국에선 141억원의 과징금으로 면피한 전례를 따를 셈인가. 물렁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지난달 BMW 국내판매량이 24.2% 증가했다니 황당하다. 명품 브랜드 BMW를 향한 집착과, 불자동차 BMW에 대한 불만의 공존이 기이하다. BMW가 얕잡아볼 만 하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