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대변·부당함 호소할 수 없는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차등대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언은
누군가에 책임 몰려는 위험한 시도
지난 7월 20~21일에 서울에서는 '한국사회 인종차별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18년 12월에 진행될, UN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의 한국심의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준비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UN인종차별철폐협약은 인종, 피부색, 혈통 또는 민족적,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대상으로 하며,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당사국에 관련된 의무를 부과한다. 우선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의 실행과 지원, 인종차별의 선동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인종차별철폐협약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중소기업벤처 장관의 입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 나왔다. 지난 7월 1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수습기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수습제는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 2년 차 90%를 적용하자는 방안이라고 한다.
사실,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로부터 언급되고 있고, 그때마다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상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국내 및 국제법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노동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 내국인노동자 구인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등임금이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며, 가능하다해도 저소득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실행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을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부작용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에, 마치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것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외국인에게 차등대우를 하는 것이 내국인의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인 것처럼 말했다. 이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시켜 왔기 때문에 내국인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여지를 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 자신을 대변하거나 부당함을 호소할 수 없는 사람에게 차등대우를 언급하는 것으로 최근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국인들의 경제 사회적 불만의 방향을 외국인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인종차별 선동에 해당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런 의도 없이 무심결에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이런 발언을 통해 확산된 차등대우 합리화의 그릇된 유혹의 씨앗을 막을 수 없다. 혹시나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의도를 가지고 발언한 것이라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철저하게 금지되는 국가에 의한 인종차별을 선동한 것이다.
정부의 실수에 대한 비난을 약자에게 돌려 이를 면피하려는 의도였다면 정부에 의해 조작되고 강화된 인종에 대한 차등대우 합리화가 어떤 비극적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기억해야 한다.
인종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적 약자에게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워질 때 이를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누군가의 책임으로 몰아 비판을 피해가려는 비겁하고 위험한 시도는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