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기도교육감 재직 시절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시행, 혁신학교 도입 등 보편적 교육 복지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나름 혁신이라 생각했겠지만, 경기도는 하나의 거대한 교육 실험장이 됐다. 그 결과 '2012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김 교육감이 그토록 공을 들였던 경기도 혁신학교의 성적은 다른 학교들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반발이 컸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출범한 '김상곤 교육부'호의 다양한 교육실험은 이미 예견됐었다. 올 초 교육부가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을 꺾겠다며 느닷없이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발표한 게 그 좋은 예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이 금지됐으니 일관성 있게 진학 전 유아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시행 1년 유예를 발표하고 문제를 덮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했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당시 언론은 민감한 사안일수록 충분한 의견 수렴으로 공감대를 넓히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불쑥 대학입시개편안 공론화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관심이 많은 대학입시의 키를 국가교육회의에, 또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넘기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하청-재하청'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공론화 작업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혼란만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최종 결론은 이달 중 교육부의 대입확정안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사안은 더 복잡해졌다. 그러자 김상곤 교육부의 무능, 나아가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김상곤 자진 사퇴' 요구가 나왔다.
그럼에도 '김상곤 교육부'는 '학교폭력 개선안' '유치원 방과 후 영어학습금지' 등도 또 공론화할 예정이다. 그것이 책임회피 차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능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교육부가 중대사안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공론화 뒤에 숨는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여론 수렴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는 공론화 실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의 미래는 캄캄하다. 누가 뭐래도 이번 혼란은 '김상곤 교육부' 탓이다. 하지만 책임추궁은 나중 문제다. 당장 지금의 혼란을 잠재울 입시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의 교육실험은 참아주기 어렵다. 김상곤 부총리는 직을 걸고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