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컸던 라오스댐 붕괴사고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새로운것 만들려는 인간의 욕심
지구 아프게 해 결국 재앙 몰고 와
이젠 개발보다 보전에 힘써야 할 때


2018081201000735900033361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라오스라는 나라와 인연이 닿아 3년째 라오스 산골마을 초등학교 한 공간을 그림책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주 전에 사전답사로 라오스를 방문해야 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이번 라오스 방문은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7월에 일어난 댐 붕괴 사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하나가 집중호우와 맞물려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큰 어려움에 놓였다.

라오스의 남동부 아타파 주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댐은 다섯 개의 보조댐과 두 개의 본 댐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새들 댐'으로 불리는 보조댐 중 한 곳이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의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의 라차부리전력 등이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수주했다. 2013년 착공됐고,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라오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는 모두 46개에 이른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의 80%는 태국 등 인접국가에 수출한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라오스는 전력이 주요 수출품목이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동남아의 배터리'가 되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댐의 붕괴 원인이 부실 공사로 인한 것인지, 자연 재해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인간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를 접하면서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그림책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훼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많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1900년대 초기에 미국 뉴잉글랜드의 쿼빈에서 댐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고향이 물에 잠겨야 했던 이야기가 그려진 < 강물이 흘러가도록 / 바버러 쿠니 그림. 제인 욜런 글/ 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그림책이다. 좋은 물, 맑은 물, 깨끗한 물, 차가운 물이 낮은 언덕 사이를 쉬지 않고 흐르고, 자연이 아름다웠던 그 마을에도 개발이라는 검은 손이 다가왔다.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면, 대신 돈을 주고, 새로운 집을, 지금보다 더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자연이나 아이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댐을 만들었다. 댐은 아름답던 작은 마을 여럿을 삼켜버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렸을 적 살았던 마을을 가보지만 추억도 친구도 자연도 물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 책 속 주인공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놔 주렴, 샐리 제인."

개발이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장·포장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삼나무 숲길인 '비자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이익과 편리라는 목적으로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간이 얻게 되는 이익과 편리함이 오랜 세월을 안고 만들어진 저 숲보다 더 큰 걸까?

우리는 왜 가만히 놔 두지 않을까? 무엇이든 쉽게 부숴버리고, 잘라버리고, 새로운 것을 쌓아 올려 흘러가는 물을 막을까? 좀 성숙하고 알맹이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경솔하고 망령된 행동들이 우리를, 지구를 힘들고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되었다.

올 여름은 지구 전체가 이상기온으로 여느 해보다도 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은 재앙은 다시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