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환승로·쇼핑몰 역할 동시
연일 폭염에 도심 속 피서객 북적
가연성 높은 옷가게 대부분 우려
아날로그식 감지기 신속대응 취약
인파 뒤엉키면 '아수라장' 불보듯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인 부평지하도상가를 비롯해 보행로, 대중교통 환승로, 쇼핑몰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인천지역 지하도상가로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지하에 조성된 대규모 상가라는 구조적 특성상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골든타임'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화재 감시 시스템 개선 등의 투자에는 인천시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인일보는 화재에 취약한 지하도상가의 실태와 필요한 대책 등을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지난 14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부평지하도상가는 쇼핑하러 오거나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부평지하도상가 곳곳을 누비는 시민들은 폭염 탓인지 좀처럼 밖으로 나갈 줄 몰랐다.
네일숍 직원 홍모(25·여)씨는 "원래 사람이 많지만, 요즘에는 더위서인지 평일 낮에도 주말처럼 사람이 북적인다"고 했다.
부평지하도상가는 총면적 2만6천974㎡에 1천곳이 넘는 점포가 몰려있는 세계 최대 규모 지하상가다.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 면적 최다 지하상가 점포 수' 세계기록을 인증받기도 했다.
미로처럼 뻗은 지하상가는 출입구만 31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고,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특성상 부평지하도상가에서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재해는 화재다. 점포 대부분이 옷가게라서 불이 번지는 속도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도상가를 관리하는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은 상가 곳곳마다 화재감지기, 소화전, 비상용 소화기, 방화 차단문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지하상가에서 불이 났을 경우, '화재 진압 골든타임'으로 통용되는 5분 이내에 이용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지는 시민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늘 걱정거리다.
실제로 이날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지하상가 중앙부에서 빠른 걸음으로 가까운 출구 쪽을 향했지만, 인파에 부딪혀 대피가 더뎠다.
부평지하도상가에서 4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상상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불이 나면 사람들이 일단 뛰고 볼 것"이라며 "연기가 차고 사람들이 뒤엉키면 아수라장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선 신속하고 정확한 화재 감지와 화재 사실 전파가 필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천지역 지하상가에 설치된 아날로그식 유선 화재 감지기는 오작동이 많고, 신속한 화재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천지역은 지하도상가 15곳에서 총 3천231개 점포가 영업 중인데, 모두 아날로그식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모든 지하도상가에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사물인터넷(IoT) 화재 감지 시스템을 구축한 서울시는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오작동률을 약 70%로 파악했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화재 감지 시스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며 "예산 문제 등으로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