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명모씨는 최근 무더위를 피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고자 서울에 있는 한 대기업브랜드 부티크 호텔에 묵었다가 진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

루프톱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루프톱 수영장의 사이즈가 작은 데다가 그날 저녁 행사로 입장객이 100여명이 넘는다는 얘기에 수영은 포기했다.

따로 입장료를 1인당 2만원, 선베드도 자리 당 5천원을 냈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아 체크아웃을 할 때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직원들의 응대도 여러모로 미흡해 아쉬움이 컸다.

여름 극성수기 시즌에 '호캉스'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호텔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고객들로 호텔 객실과 업장들은 포화 상태가 됐으나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할 직원은 한정된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즐거운 휴가'를 맛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6일 호텔 및 여행 후기 등이 올라오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는 국내 특급호텔들에 대한 불만사항들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대부분은 체크인 혹은 체크아웃 시 줄이 너무 길거나 조식 업장 및 수영장이 포화 상태라 이용이 어렵다는 점,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직원 호출 시에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에어컨 등 시설에 문제가 있거나 청소 등 방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 고객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특급호텔에 묵은 후기를 올리며 '최악'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이 고객은 "체크인 줄이 너무 길어 두시간 줄 서서 방에 들어갔다"며 "티비는 전원이 나오지 않았고, 화장대 아래에는 머리카락 한 무더기가 나오는 등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또 "방 교체를 요청했더니 키를 받는 데 다시 줄을 서야 했다"며 "얼음을 요청했으나 1시간 후에 왔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 호텔에 묵었다는 다른 고객은 "에어컨이 되지 않아 연락했더니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오지 않아 밤 8시까지 기다렸다"며 "시설이 고장 날 수도 있지만, 늦어지는 데 대한 연락도 없고 너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있는 한 외국브랜드 호텔도 룸 정비가 덜 돼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한 고객은 "실내화가 없었고,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는 데다가 곽티슈도 비어있었다"며 "풀북이 아니었는데도 침구 추가를 요청했더니 없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서울에 있는 같은 브랜드 호텔 고객은 "체크인하는데 줄이 어마어마했고, 객실정비가 안됐다며 수영장을 먼저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이후 객실정비가 완료됐다고 해 들어갔는데 배개밑 머리카락, 배수구 머리카락 뭉치, 시트 얼룩 등이 그대로 있었고, 변기 옆 휴지통도 꽉 차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성수기면 돈도 올려받는데 그만큼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서울에 오픈한 한 대형 호텔에 묵은 고객은 "호텔이 더럽다"는 평을 남겼다.

이 고객은 "화장실 악취가 너무 심해서 사람을 불렀더니 변기 청소만 하고 가려기에 객실 내 냄새는 어떻게 나냐니까 방문을 열어두라고 하더라"며 "엘리베이터도 정말 안 온다"고 불평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 호텔은 1박당 한번으로 수영장 이용을 제한하고 있고, 아예 시간제로 예약을 받는 곳도 있다.

주차장 또한 입장하는 데 줄을 서야 하는 데 만차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주변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직원들 중 일부는 성수기에만 잠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라 제대로 된 서비스 교육을 받지 못해 응대에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호텔 측이 성수기 특수 때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고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손님을 받아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성수기니 어느 정도 붐비고 바쁜 것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4성급 이상의 특급호텔에서 기본적인 위생상태도 갖추지 못하고 고객들의 니즈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2015∼2017년) 휴가철(7∼8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여행·항공 피해구제가 총 1천638건으로, 전체(8천111건)의 20.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휴가철에 휴양·레저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자 위주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러한 집중 피해가 난다는 것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고객들은 특급호텔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숙박을 하니 고객서비스 정신을 더 갖출 필요가 있다"며 "성수기 때마다 되풀이된다고 그러려니 하지 말고 인력을 더 충원하거나 이러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보상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고객도 후기를 꼼꼼히 읽고 호텔을 선택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관련 내용을 호텔에 알린 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