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마리나 일대 지역축제 4천여명 찾아 '감성 충족'
붉은 석양 하늘위 45m 대형 용 멀티미디어쇼 '탄성'
화려한 용춤·유명가수 공연·노래자랑·동아리경연
"어울림 한마당 만족"… 푸드트럭 먹는 재미도 '굿'
17일 오후 7시 인천 용유도 왕산마리나 '2018 용유 용(龍) 축제' 행사장. 대형 무대 뒤로 황금색 비늘의 용 한 마리가 떠올랐다.
무대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한 댄서가 인천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용을 부르는 일종의 의식을 한 뒤였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떠오른 45m 길이의 대형 용을 본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용의 입에서는 불꽃도 뿜어져 나왔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용을 현실로 불러내는 순간이었다.
17~18일 인천 왕산마리나에서 인천중구문화원이 주최·주관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이 후원한 용유 용 축제가 펼쳐졌다. 이틀간 4천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대형 용이 날아오르는 '드래곤 멀티미디어 쇼'였다. 주최 측은 멀티미디어 쇼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공을 들여 축제 참가자들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용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인천 용유도에서 상상 속 용을 불러내 의미를 더했다. 이 영상은 인천 서구 로봇랜드에 본사를 둔 (주)유니디자인경영연구소가 만들었다.
용유도(龍游島)를 한자로 풀면 '용이 헤엄치는 섬'이라는 뜻이다. 섬의 생김새가 마치 용이 헤엄을 치고 있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공항 건설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공유수면 매립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용이 헤엄치는 형상의 용유도 고유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용유도는 고려 시대부터 천 년 가까이 용의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용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도 펼쳐졌다.
그중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대만 공연팀 '왕공(王功) 용사단'의 용춤 공연이다. 공연단원 10여 명은 기다란 용과 연결된 막대를 각자 들고 마치 용이 뛰노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화려한 묘기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단원이 다른 단원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가 하면, 서 있는 단원을 양손으로 받치기도 했다.
용이 똬리를 틀고 웃는 모습, 바닥에 있다가 승천하는 모습 등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잘한다'며 공연팀을 응원했다.
공연단은 피리, 꽹과리, 북 등 악기를 연주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신명 나게 했다. 강화도 남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 '파나핀토 프로퍼티즈(주)'가 공연팀의 숙식 등을 지원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에 온 조탁현(42)씨는 "우연히 포털에서 축제 소식을 접하고 왔는데,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용춤 공연을 볼 수 있게 돼 새롭고 이색적이었다"며 "왕산마리나에는 축제 때문에 처음 와봤는데, 드넓게 펼쳐진 바다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중 이어진 홍진영 등 유명 가수의 공연은 축제의 흥을 돋웠다.
개막식 축하공연 무대에 선 홍진영은 '사랑의 배터리' 등 히트곡을 부르고, 객석에 사진 촬영용 포즈를 취해주는 등 최고의 팬 서비스로 박수를 받았다.
축제 기간 참가자들이 각자의 노래 실력을 뽐내는 '용용 노래자랑'도 펼쳐졌다.
이외에 통기타 버스킹 공연, 청소년 끼 자랑 행사, 지역 예술 동아리 경연대회 등도 진행됐다. 용 캐릭터 천연 염색 체험, 페이스 페인팅, 타투 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도 운영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문화행사나 축제의 불모지인 인천 영종도, 용유도에서 이 같은 축제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영택(63)씨는 "직장 때문에 영종도에서 살고 있는데 즐길 거리가 부족해 아쉬웠다. 이번 축제도 기간이 짧아 아쉽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막걸리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영민(36)씨도 "영종도에는 문화행사나 볼거리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축제는 주민 화합과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에도, 용유·영종 지역은 축제가 부족한 문제가 있었다"며 "이곳에 축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했다.
이어 "자연과 수려한 풍광을 갖춘 아름다운 왕산마리나에서 제1회 용유 용 축제가 펼쳐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경제청은 용유도, 영종도, 무의도 지역이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개발하고 발전해 나가는 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지난 무더운 여름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을을 맞아 한마음으로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