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 '무더기 탈세'엔 너무 관대
고령화사회·미취업자 증가는 '점입가경'
구글세 징수해 일자리 늘리는데 썼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입성과 함께 수행원들에 내린 첫 번째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정도로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고용창출이다. 작년 10월에는 '일자리-분배-성장'이란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문 정부 임기 내에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교사, 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20만5천명을 정규직화하고 창업 활성화, 최저임금 대폭 확대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약속했다.
벌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10만명을 돌파했다. 임기 1년 만에 목표의 50%에 육박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도 확대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2천500여명이었는데 금년에는 채용예정 인원을 2만8천명으로 확대했다. 한편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 실천차원에서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가량 인상했으며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도 7월부터 52시간으로 축소했다.
정부는 2년 동안 공공일자리 확충에만 3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으나 노동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은 간취되지 않는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금년 들어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고용쇼크' 수준인데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의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고작 5천명 증가에 그쳐 국민들은 '멘붕'이다. 일자리정부 운운이 민망해 보인다.
일자리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저임금 일자리와 파트타임이 점증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와 실험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이다. 복지천국인 핀란드에서는 2017∼18년 실업자 2천명을 선발해서 2년 동안 매달 560유로(73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 시대에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최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이 IT공룡기업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약 5조7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EU 역사상 최대의 벌금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계를 불법 이용했다는 혐의이다. 퀄컴,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의 간판기업들에 대해서도 거액의 과징금 부과 내지 탈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2016년에 구글로 부터 지난 10년 동안의 세금환급 명목으로 1억3천만 파운드(1천900억원)를 징수했다. 러시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에 페널티-약칭 구글세-를 물리는 추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온라인광고와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2016년 납세액은 200억 원도 채 못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아마존 등 IT기업을 비롯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업체들과 다이슨, 이케아,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론스타는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했다. 서민들에겐 세금을 단돈 한 푼까지 징수하는 국세청이 다국적기업들의 무더기 탈세에는 너무 관대하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인데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낙오자수 증가는 점입가경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고사하고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구글세 징수해서 일자리 확대재원으로 사용했으면.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