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불교계 소란·젊은 개혁 정치인 실종
종교·정치 본질 없고 비즈니스만 있을 뿐
기업인 대부분 사후에 '흉상' 남기는 이유는
팔·다리 떨어질때까지 뛰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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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사회부장
한달여 전 60대 초반의 중견기업인 A대표와 그의 고향 충청도로 1박2일 여행길에 나선 일이 있다. A대표는 40여년 전 고등학교 졸업 직후 폐수처리업에 투신, 굵직한 중견기업을 일궈냈다.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내년 7월 '사회봉사를 표방하는 세계 최초의 봉사클럽 연합체'의 한 지구 총재 자리도 맡을 예정이다.

A대표는 고향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 고등학교 유학시절 고생담과 기업을 일구면서 겪었던 애환도 회상했다. 그러다 불쑥 "내가 40여년 사업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한 것이 3가지가 있다"며 '종교비즈니스, 정치비즈니스, 금융·보험 비즈니스'의 개인적인 관(觀)를 언급했다.

일정 정도 위치에 오르면 더 이상의 큰 노력도 없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견이다.

서울의 대형 교회 부자 세습 논란이 연일 파장을 낳고 있다. 2015년 아버지 목사가 은퇴 후 2년 가까이 공석으로 있던 담임목사 자리에 아들 목사가 부임했다. '청빙 결의 무효소송'으로 이어졌고, 지난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 재판결과 8명이 아들 목사의 청빙을 찬성, 7명이 반대했다. 한 표가 재판 결과를 가른 것이다. 개신교 법조인 약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CLF)는 "사실상 파행된 노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처리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주장,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불교계도 연일 소란이다. 사상 초유 총무원장 탄핵사태로 조계종이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지난 13일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읽으며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원로회의 인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차기 교권을 향한 쟁투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비즈니스는 또 어떤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늘 '그때'뿐이다. 개혁을 자처했던 젊은 정치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 당시 각 정당은 뇌물죄, 직권남용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작 피감기관 지원 국회의원 해외출장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통보한 38명 중 26명의 명단이 확인되자 여의도에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다.

특활비 문제가 터지자 이번에도 이리저리 여론의 추이를 떠보더니 슬그머니 '반쪽 특활비 폐지'를 내놓고는 더 이상 말이 없다.

A대표는 금융·보험비즈니스에 이르러 "이 사람 돈 받아다 저 사람에게 비싼 금리 적용해 빌려주고 이자 먹는 장사", "위기의식 조장해 보험료 받아 장사하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실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인 1조7천억이 늘어나 이자장사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더해 금리조작 파문까지 일으켜 국민들만 '봉'으로 만들었다. 보험업계도 보험료 받을 때와 보험금 줄 때가 '화장실 갈 때, 나올 때 틀리다'란 식이다.

A대표는 "종교에 종교가 없고, 정치에 정치가 없다. 비즈니스만 있을 뿐"이라며 "100%는 아니지만, 기업인들은 사후에 대부분 흉상을 남긴다. 팔 다리가 모두 떨어져 나갈 때까지 평생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뛰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울림이 왔다.

/이재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