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회사 영업사원 출신 김은주 대표
여성이란 편견 딛고 무역전문가로 거듭나
'다양한 업무 경험' 컨설팅 전문기업 창업
기업 경영코칭·글로벌파트너십 구축 두각
자문맡은 회사들 성장 도우며 자부심 느껴
의왕 인덕원IT밸리에 소재한 EMC글로벌은 중소기업들의 수출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던 중소 제조업체들이 수출 주력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문 코칭, 노하우 전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EMC글로벌 김은주 대표는 회사의 경쟁력에 대해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의 특성과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제조 단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단계에서 직접 체험했던 경험들이 중소기업을 돕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기도 수출 자문위원, 한국기술벤처재단 2018 글로벌 기술마케팅 전문위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 수출 무역 실무 강사 등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는 무역 전문가다.
그는 여성 CEO로서 무역 실무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았던 뚝심"이라고 설명했다.
일어일문과를 전공했던 김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해외 영업의 꿈을 꾸고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대학 시절 무역협회에서 주관하는 무역 전문가 과정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자기 부담금을 낼 여력이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며 "졸업 후 3년여간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원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결핵을 앓는 등 스트레스도 심했다"고 힘든 과거를 회상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김 대표는 영어 강사를 그만두고 27세에 경기 지역 전자부품 회사의 영업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영업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해외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영업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남성들도 하기 어렵다는 영업직을 여성이 해야 한다는 사실은 김 대표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김 대표는 "그 당시만 해도 영업 사원은 주로 남성들이, 특별한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또래와는 달라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바로 그가 품고 있었던 해외 영업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다.
김 대표는 "다시 입사한 회사에서 당시 7년간 삼성전자 영업 담당자로 일하면서 기술 미팅과 제안, 협의 등이 주 업무였지만 납품 업무를 따로 맡는 사람이 부족해 직접 차에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물건을 납품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며 "그러면서도 해외 영업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업무도 감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다니던 회사에 근무 조건을 해외 영업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회사는 김 대표가 원하던 해외 영업 파트로 인사를 내주면서 그토록 바라던 해외 영업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가 해외 영업을 할 수 있게 되기 까지 17년이 걸렸다.
해외 영업을 하면서 김 대표는 회사를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그가 창업 아이템으로 중소기업 해외 수출 마케팅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의 생리와 국내·외 영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직접 발로 뛰고 개척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은 김 대표만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라 한 사람이 2∼3가지 업무를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수출 계약을 체결해도 제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수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MC글로벌은 현재 7개 정도 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주로 수출에 경험이 없는 중소제조업체다. 하루에 한 기업을 만나는데 평균 4∼5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된 업무지만 김 대표는 자문을 맡고 있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3년 전 김 대표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화성 지역의 금형 가공업체와 일본의 반도체 부품 바이어를 연결해 반도체 제조용 장비 부품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생활용품을 만드는 한 업체는 김 대표를 만나 수출 전략과 판매 가격 수정, 타깃 국가 설정 등 회사의 수출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는 "바이어가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면 테이블에서 과감하게 일어날 수도 있어야 하고 너무 싼 가격에 원가를 책정하면 수출 계약을 체결해도 회사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수출을 하겠다면서 국내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출을 하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내수를 먼저 다질 수 있도록 공공조달 시장 진출 등을 자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서 진행했던 무역실무 강의에서 무역 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들과 만나면서 누군가가 이들을 위한 멘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내 자신의 힘든 과거가 떠올랐다"며 "아울러 해외 수출 업무를 꿈꾸는 지금 대학생들의 고민과 내가 했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얻은 배움을 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며 "무역 업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