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정부의 도그마가 된 혁신학교
'자기 객관화 능력 결핍증'이라는
우(愚)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파편화 된 논의 보다는
수면위에서 끝장 토론 요구된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교육장
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우리나라 국가 가치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교육생태계는 무엇이 문제이며 대책은 무엇일까. 현상을 단순화하면 학생(학부모)에게는 교육권을, 교사에게는 교수권을, 대학(고등학교 포함)에는 학생선발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해법의 단초'라고 본다. 전술한 3권은 지극히 원론적이면서 보편타당한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기조는 사교육 없는 공교육 정상화다. 공교육(초·중·고)을 정상화하자는데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족(蛇足)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정책이 이념에 따라 성역화되는 현실에서 모범 답안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정책이 5년마다 리셋(초기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선 사교육을 적으로 보면 안 된다. 필자는 사교육 찬성론자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사교육은 공교육의 대체재는 될 수 없어도 보완재로서의 기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공교육에서 할 수 없는 심화 보충학습은 어느 정도 인정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입시 시스템에서는 두더지 게임에 불과하다. 특히 예체능과 영재성 교육은 공교육 범위 내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가. 따라서 사교육 시장은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생존의 더듬이가 발달되어 어지간해선 퇴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197교, 2년제 137교, 총 334개교의 입시 전형 요소를 교육부가 다 통제하려는 발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학생 선발권을 네거티브 시스템(원칙허용, 예외금지)으로 바꿔 대학에 완전 자율화를 제안한다. 역대 정부 공통적으로 교육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포지티브 규제(원칙금지, 예외허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거대 시장을 국가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정도로 교육계가 미숙하지도 않다. 초기 혼란을 피하기 위한 현장 교원과 대학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과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동네북 신세가 되었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위원회는 원초적 '구성의 오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의 회임(懷妊) 기간을 감안하여 첫해에는 몇몇 대학을 시범 운영해 본 다음 보완하여 2년 차 3년 차에는 제도 정착을 주문해 본다. 교육부는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주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게임룰을 지키도록 행정지도만으로 족하다.

다음으로 사교육의 이면에는 교사들도 일정 부분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교육의 경직성이 가장 심화된 직역이 교원사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교사들은 학생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보자. 예를 들어 심화보충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사교육에 맡기지 말고 교사들의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해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재 5%에 드는 교사 집단의 역량을 극대화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그들의 역량이 발휘되면 사교육 시장은 자연히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소멸되거나 퇴출될 것임은 자명하다.

오늘날 국민들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은 사회의 건강성이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생각도 전통적 가치관에서 신세대에 걸맞은 생각을 갖고 있다. 교육제도가 이를 못 따라갈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의 도그마(종교 교의)가 된 혁신학교도 '자기 객관화 능력 결핍증'이라는 우(愚)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파편화된 논의보다는 수면 위에서 끝장 토론이 요구된다.

/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