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초기 화재진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잠들었던 것이다. 황급히 아버지를 깨우고 마당으로 뛰어나가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이웃이 소화기를 가져와 화재를 진압했다. 작년 2월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한 주택에서 화재가 있었다. 일가족 3명이 잠든 사이에 장롱에 불이 붙었으나 다행히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작동해 소화기로 화재진압에 성공했다. 당시 초기 화재 때 소화기의 위력은 소방차 한 대 분량과 맞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과가 지난 오래된 소화기들이 때로는 더 큰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5년 전 영등포 한 공장단지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소화기로 진화하려던 60대 남성이 사용하려던 소화기가 폭발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당시 폭발한 가압식 소화기는 압력게이지가 없는 구형 모델로 99년도에 생산이 중단된 폐기 대상이었다. 가압식 소화기는 분말 저장용기와 가스 저장용기가 내부에 따로 들어있어, 하부의 약제들이 방출되면서 잔량이 다 소진될 때까지 분사가 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소화기는 분말가루가 덩어리 상태로 굳게 되고, 소화기 내부에 가스가 차게 되면서 가장 부식이 심한 아랫부분이 균열을 일으켜 폭발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압력 게이지가 없는 가압식 소화기가 있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당장 폐기해야 한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 및 분말소화기를 집에 설치하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소화기는 주기적으로 뒤집고 흔들어 약재가 굳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교체대상인 오래된 소화기들은 미련 없이 폐기처분하고 새 소화기를 구매, 화재로부터 나와 내 가족 모두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명섭 양평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