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호 태풍 솔릭(SOULIK)이 '가장 나쁜' 경로로 우리나라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위력을 지닌채 서해안으로 접근해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인구와 시설물이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 남부지역이 태풍의 중심에 놓이게 돼 강풍과 폭우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 19호 태풍 솔릭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남동쪽 약 470㎞ 부근을 지나고 있다. 현재 위력은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hPa), 강풍반경 380㎞, 최대풍속 초속 43m의 강력한 중형태풍으로 발달했다.
태풍 솔릭은 시속 20㎞가 넘는 빠른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으며 하루만인 22일 오전 9시께에는 제주 서귀포 남쪽 약 34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전망이다. 이때도 강한 중형태풍의 위력을 유지해 강풍반경이 370㎞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제주도가 본격적인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지난 2012년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산바가 몰고 온 집채만한 파도가 부산 해운대 일대를 덮치는 모습. /연합뉴스DB
태풍 솔릭은 이같은 위력으로 22일 밤~23일 새벽 사이 제주도 서쪽을 지나며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뒤, 23일 오전 9시께에는 전남 남해안과 가까운 목포 남서쪽 약 12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 강풍반경 330㎞, 최대풍속 초속 32m의 중형급 태풍 위력을 지닐 것으로 보여 남부지방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후 태풍 솔릭은 방향을 북동쪽으로 꺾어 23일 낮 충남 태안반도 인근으로 상륙하고, 북동진을 계속해 23일 오후부터 밤까지 중부지방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솔릭은 상륙 후 위력이 감소하겠지만, 중부지방을 지날때도 여전히 최대풍속 초속 25~30m의 강력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해 많은 시설물 피해와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저지대와 대형공사장, 침수 위험이 있는 도로 등은 피해에 대비해야 하며, 태풍이 지날때는 강풍으로 인한 붕괴 및 날림으로 부상·사망의 위험이 커 가급적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인천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인해 인천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갈기갈기 찢긴 모습. /경인일보DB
과거 이와 비슷한 경로로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으로는 2010년 수도권 일대를 강타했던 '곤파스'를 꼽을 수 있다.
태풍 곤파스는 2010년 9월 2일 새벽에 서해안 강화 부근으로 상륙해 경기북부지역을 관통하고 지나갔는데, 상륙당시 중심기압 985헥토파스칼, 강풍반경 180㎞, 최대풍속 초속 27m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이정도 위력으로도 태풍 곤파스는 우리나라에 사망 7명, 부상 11명, 1천761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북한도 10여명이 사망하고 8천여 채의 주택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풍의 중심이 지난 인천은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찟겨져 날아가고 트레일러가 전복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태풍 솔릭은 태풍의 중심이 서울과 경기남부 지역을 지나는데다가 위력도 태풍 곤파스 보다 강력해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한편, 지금까지 태풍 중 우리나라에 가장 큰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은 지난 2002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RUSA)가 꼽히는데, 루사의 경로 역시 이번 태풍 솔릭의 경로와 유사하다. 기상청은 20일까지 태풍 솔릭의 경로가 루사와 거의 같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당시 루사는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한반도를 비스듬히 관통하고 다음날 낮에 속초 부근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갔다. 고흥 상륙 당시 태풍 루사는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36m의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태풍 루사는 사망·실종 246명, 이재민 8만 8천여명, 재산피해 5조 1천429억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남겨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