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몰아내는 주거개선사업
입력 1999-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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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추진한 사업이 동네주민 상당수를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만저만 모순이 아니다.
요즘 광명시 철산동 510 일대에서 이같이 앞뒤가 안맞는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해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판잣집을 헐어내는 대신 주공아파트에 들어간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철거민 8백30여 가구가 평당 4백10만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분양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판자촌을 세우고 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운 호소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구로공단이 개발되면서 철거당한 주민들이 철산동 도덕산 자락 남의 땅에 판잣집을 지으면서 형성된 이 동네는 광명의 대표적 달동네로 꼽혀왔다.
주민들은 대부분 막노동판 등을 전전하는 영세민으로 알려져 있다. IMF한파가 어느 계층보다 거센 이들에게 가장 작은 평수인 전용면적 18평 짜리도 9천만원이 넘는 주공아파트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주공은 이들에게 오는 2월말까지 분양계약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분양을 포기하면 일반분양으로 돌리겠다고 한다.
주공측은 부지조성비용이 예상외로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산출하는 분양가는 절대 내릴 수가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시행자인 광명시도 저소득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 아파트 부지 가운데 5천평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도비를 포함해 1백16억원을 내놓는 등 지원을 했기 때문에 더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와 주공의 해명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동네를 없애자는 사업이 새로운 달동네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철거당하는 자가 철거하려는 자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은 보기 드물어졌다. 그러나 철산동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여전히 자기가 살아온 터전에서 밀려나야 하는 도시 빈민들은 아직 많다. 어떻게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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