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형이었던 수난구조대원들
사투끝에 명예롭게 떠났다는 사실
이 사회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을 창창한 서른일곱 동갑내기, 우리를 도와주기만 하던 소방대원들이 실종되자 전 국민이 애타게 귀환을 염원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실종 지점 인근 백마도에 꾸려진 대책본부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하나의 목표였고, 대원들의 수색활동에 무엇이든 힘을 보태야 한다는 하나의 마음이었다.
대원들이 실종된 지난 12일 오후부터 백마도에는 수백명의 지원인력이 현장을 지켰다. 김포·고양시 양안과 수십㎞ 바깥 강화 교동도 앞바다까지 1천명이 넘는 인원이 수색에 참여했다. 나 또한 이틀 내내 현장에서 경기소방대원들의 귀환을 간절히 기다렸다. 실종자 가족에 행여나 누가 되지 않게 고요한 분위기 속에 현장에는 조명과 텐트, 화장실이 설치되고 부식과 식수가 마련됐다. 가족들이 눈물 흘리면 멀찍이 떨어져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밤늦게라도 무사히 발견되길 기도하며 다들 묵묵히 돕는 광경을 보며 숙연해졌다.
백마도가 작전지역인 육군 17사단은 장병 330명이 수색에 참여했고, 해병대 2사단은 장병 270여명과 고속단정·고무보트를 대거 투입했다. 강 건너편 수색은 육군 9사단 장병 370여명과 고양경찰서가 담당하고 해군은 잠수인력을 지원했다. 김포소방서와 이웃인 김포경찰서는 현장통제 인력과 별도로 기동대 병력 90여명이 수색에 나섰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작용했다기보다는, 소방대원들에 대한 동지애와 존경이 담긴 움직임이었다.
모두의 바람과 다르게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은 13일 숨진 채 돌아왔다. 사흘 뒤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경기도 전역의 소방관과 대부분의 도의원이 자발적으로 운집했다. 김포에 연이 없는 타 지역 시민들도 장시간 줄을 기다려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렸다. 두 대원과 친구사이였던 소방관의 조사를 들을 때에서야 귀한 인재들을 잃었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사고 이후 언론에서는 원인 분석을 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소방관의 처우문제도 다뤄지고 있다. 신곡수중보 철거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조직 내부에서는 사고조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오늘은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다.
유난히 폭염이 길었던 2018년 8월 12일 오후였다.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형이었던 수난구조대원들이 이날 자신의 직분에서 사투를 벌이다 명예롭게 떠났다는 사실을 이 사회가 오래도록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두 대원의 신념은 그대로 남아 여전히 한강을 지켜주고 동료 수난구조대원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또 다른 소방대원들이 거센 물길 속으로, 뜨거운 화마 속으로, 무너지는 건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일 것이다.
끝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으신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고인들의 희생이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기형 경기도의회 김포시 대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