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털 사이트의 한 귀농인 카페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구하는 초보 귀농인들의 질문들이 넘쳐난다. '태풍이 오는데 하우스 천장을 어찌해야 할가요?'라고 물으면 귀농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 조언을 쏟아낸다. 선녀벌레 퇴치법과 중병아리 구입경로처럼 초보에겐 엄두가 안나는 난제들도, 선배들의 해법은 다양하고 간단하다.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 탓인지 양수기 설치방법을 묻는 질문과 고추농사가 안된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1만 건에 육박하는 질문에 매달린 수만건의 답변을 보면 귀농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만 귀농·귀촌인이 51만6천여명에 달했다. 귀농인 카페와 같은 귀농 선후배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모임 자체가 귀농 열풍을 반영한 문화현상일 것이다. 다만 귀농지마다 농사에 도가 튼 지역 농민들이 있을텐데 굳이 귀농선배들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카페 내의 한 코너에서 의문의 풀어줄 실마리가 잡혔다. 귀농지 인심을 촌평하는 코너인데, 귀농인과 원주민 사이의 문화적 갈등이 군데군데 드러나있다. 그중 귀농지역 대보름 행사를 '저질 유행가로 시끄러운 춤판'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한 회원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에 다른 회원이 '마을 문화를 없애자는 건 외지인의 건방'이라고 충고성 댓글을 올리자 금세 설전으로 이어졌다. 텃세를 걱정하는 글들에는 '처신하기 나름'이라는 댓글이 달리지만, '나름'의 기준과 수준이 애매하니 속시원한 해법을 찾기 힘들었다.
최근 경북 봉화에서 70대 귀농인이 원주민과의 물싸움 끝에 면사무소 직원 두명을 엽총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인생의 황혼기에 귀농을 결심했을 때 이처럼 비극적인 결말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연구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인 가운데 29.7%가 원주민과의 인간관계 문제로, 23.3%가 마을의 관행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농·귀촌인과 원주민간의 갈등'이 농촌의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꼽혔다.
귀농·귀촌인은 원주민의 텃세를 탓하고, 원주민은 귀농·귀촌인의 시골문화 이해부족을 원망한다. 생존방식의 문화충돌인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귀농 지원금만 풀게 아니라, 귀농인과 원주민의 평화적 동거를 위한 갈등해소 정책과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가 됐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