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진로와 직결 평가결과 민감
구성원들 스스로 성찰·혁신 필요
학생성공 헌신·연구성과 없다면
지역·학교·경제 동시에 '도산'
퇴출당한 대학들의 '마지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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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촌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뇌물로, 청탁으로 변질되었다. 왜 촌지 문화가 변했을까. 공직자의 경우 촌지 수수의 주된 이유가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각종 사교육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점에는 항상 대학이 있었다. 어떤 정부도 교육부총리도 사교육과 입시라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적이 없다.

그런 대학에 최근 위기감이 넘쳐난다. 대학 절반이 도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저출산의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취업 절벽과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에 절망한다. 지난주 발표된 대학 2주기 구조개혁 발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대학 총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사실상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1주기에 퇴출된 대학의 지역경제는 초토화되었다. 식당도 원룸도 커피숍도 문을 닫았다.

대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오래다. 연구시설이나 연구 장비는 물론이고, 연구비도 부족하다. 몇 년째 동결된 임금에 대한 불만도 크다. 대학의 재정난 때문일까. 교육부가 최근 기본역량진단에서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제외하였다. 대학평가를 하는 국내 언론사도 교수확보율에 대한 배점을 낮추었다. 대신 외국인 학생 비율과 기숙사 배점을 확대하였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 비율을 각 5%씩 반영한다. 대학이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 확보를 통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물론 대학평가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평가지표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다. 과거의 잣대라는 비판이나 교수와 종합대 중심의 평가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상업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평가 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외형보다는 내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평가결과에는 모두가 민감하다. 학생들이나 부모가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성화와 융·복합화 그리고 재구조화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자율개선대학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었다. 교육부는 질 높은 인재 육성과 지역 인재정착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들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대학은 미래형 모델이다. 온라인을 통해 강의영상을 학습한 후 오프라인에서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으로 진행한다. 1학년은 미국, 3학년은 인도와 한국에서 학습한다. 입학정원 175명에, 교수 72명인 일본의 아키타 국제교양대는 영어수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49개국 191개 대학에 상호면제 조건으로 모든 학생을 1년간 교환학생으로 파견하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은 혁신의 목표로 사회 필요에 부응하는 변화 촉진,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연구 수행, 개별 학생들의 성공을 위한 헌신,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사회·경제·문화적 자산 활용 등을 들고 있다. 전통적인 전공 및 학과 중심 체계를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재구조화를 추진하였다. 7만5천명의 학생들에게 250개 학부전공, 100개의 석·박사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 혁신의 핵심인 '창업'이 필수과목이다.

대학이 도산하는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가. 제4차 혁명과 지식산업사회가 도래하는데 그 핵심이어야 할 한국대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학 구성원 스스로의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경제가 발전하는 선진 국가를 보면 대학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지역과 국가에 어떤 대학이 있는가 하는 것이 공동체의 생존과 경제발전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성공에 헌신하는 대학, 자유로운 영혼을 교육하는 대학,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는 대학,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관들이 지원하는 대학들은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지역과 대학 그리고 경제가 동시에 도산한다. 퇴출당한 대학들이 남긴 마지막 경고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