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근대문학관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 입수
백범 김구 탄신일이자 경술국치일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한 관계자가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을 살펴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청년 김창수 민족지도자 거듭난 인연
초판본에 재·3판까지 모든 판본 소장
인천과 관계·연구 도움 '귀중한 사료'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 2권을 입수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구가 친필로 남긴 백범일지는 보물 제1245호로 지정됐으며, 이번에 근대문학관이 입수한 친필 서명본 역시 희귀본으로 알려졌다.

백범일지는 김구가 항일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유서를 대신해 쓴 자서전이다. 1947년 12월 초판이 발행된 백범일지는 발행 1년 만에 3판을 찍었을 정도로 많이 읽혔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백범일지 초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에 입수한 친필 서명본 2권은 각각 재판과 3판으로 백범일지 모든 판본을 소장하게 됐다.

김구는 독립운동을 하며 입은 총상 후유증으로 수전증을 앓아 독특한 필체를 갖게 됐으며 이번 백범일지 친필 서명에도 백범의 흔들리는 독특한 필체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문학관 측은 설명했다.

친필 서명의 아래위에는 백범의 인장 2개가 찍혔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입수한 백범일지는 각각 '김기한'과 '주계동'이란 사람에게 준 것인데 증정 시기는 모두 1949년이다.

책을 주는 상대방에 대한 호칭과 준 시기, 책을 주는 백범 본인에 대한 표현 등이 모두 달라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근대문학관은 김기한이 만주 대한독립단 소속으로 김구와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했지만 주계동은 백범과 어떤 관계에 있는 인물인지 추가적인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대문학관이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을 입수함에 따라 인천과 김구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청년 김창수가 독립운동가 김구로 탄생한 곳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백범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1896년 3월 백범은 황해도 안악군에서 발생한 이른바 '치하포사건'으로 체포돼 해주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1896년 8월 인천감리서로 이송됐다. 세 차례 심문 후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1898년 3월 감옥을 탈출했다.

1914년에는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 안명근이 서간도 무관학교 설립자금을 모으다 관련 인사 160명과 함께 검거된 1911년의 이른바 '안악사건'으로 서대문에서 옥살이를 하다 다시 인천으로 이감됐다.

당시 서른아홉 살의 백범은 지금의 인천항 제1부두로 추정되는 축항 공사 현장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인천은 백범이 감옥생활을 하면서 민족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난 곳이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백범일지는 한 영웅의 자서전임은 물론 한국문학이 배출한 훌륭한 수필작품"이라며 "이번에 입수한 친필 서명본을 빠른 시일 내에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