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재 잘못 들여 '망친 농사'
무기성 오니 폐기물 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건설 골재 운송업체들이 무기성 오니를 납품받은 뒤 화성시 곳곳에 매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재활용 무기성 오니를 성토재로 사용해 농사를 포기한 화성시 송산면 농지.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85% 탈수뒤 허가장소 투기 원칙
운송업자 "수만t 불법폐기" 의혹
"허가업체도 서류로만 법적절차"
市 "시료 분석의뢰, 점검나설 것"

화성시 곳곳에 허가 받지 않은 업체가 무기성오니(슬러지)를 무단 투기하고 있는데도 관계 당국이 정작 불법 행위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시의 무기성오니, 폐석재 등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500여곳으로 이중 8곳이 무기성오니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

폐기물관리법을 보면 무기성오니는 소각하거나 시멘트·합성고분자화합물을 이용해 고형화 처분해야 한다. 매립하려면 수분함량을 85% 이하로 탈수·건조한 뒤 허가 받은 장소에 투기해야 한다.

환경부는 폐기물의 재자원화 촉진을 위해 지난 2000년 무기성오니 재활용을 법규에 명시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재활용 처리를 거친 무기성오니라고 해도 농지에 성토재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자재 운송 업체인 D사와 안양의 J사, 시흥의 Y사 등 타 지역 골재 업체에서 무기성오니를 화성 서부(송산면·서신면·마도면) 일대에 무단 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건설 운송업을 하는 A씨는 "무기성오니 발생 작업장에서 수분 함량이 높은 흙을 받아 업체가 정한 장소에 쏟아붓는 작업을 올해 상반기에 진행했다"며 "버려진 양만 수만t"이라고 말했다.

석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기성오니는 법적으로 양질의 마사토를 5대 5 비율로 섞어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하나, 그렇게 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허가를 받고 투기하는 업체도 서류상으로 법적 절차를 마칠 뿐 무법천지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성시는 무기성오니 투기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시는 올해 상반기 폐기물관리법,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20여건을 적발했지만, 무기성오니 투기 관련 적발 건수는 전무했다.

시 관계자는 "몇몇 곳은 무단 투기 신고를 받고 시료를 채취해 토사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며 "무기성오니가 아닌 공사 현장 절삭토를 받아 옮겼다는 것을 운송업체로부터 확인하기도 했다. 보다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학석·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