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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내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경술국치 108주년인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겨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연합뉴스

국내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경술국치 108주년인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개관했다.

2011년 2월 건립위원회가 출범한 지 8년여 만으로, 박물관은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았다.

또한, 항일 투쟁의 역사는 물론 식민 지배에 따른 일제 잔재와 분단 독재 체제의 폐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거사청산운동의 과정도 전달한다.

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은 총 4부로 구성됐으며, 향후 소장자료를 활용해 전시는 물론 교육교재도 개발한다.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문화강좌를 개설하고 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물관 건립은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독립운동 학계가 중심이 돼 민간 차원에서 추진돼왔다.

박물관은 송기인 초대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재직 2년간 급여로 받은 2억 원 전액을 기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개관을 앞두고는 4천500여 명의 발기인을 비롯해 1만여 명이 건립운동에 참여해 16억5천만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 밖에 독립운동가 후손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또한 건립운동에 동참했고, 일본의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들과 학계 인사들은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결성해 1억 원이 넘는 기금을 모았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학예실장은 "재정적 문제 때문에 문을 열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며 "한국 시민사회는 물론 일본에서도 30∼40년간 평화와 반전, 조선인 차별 철폐 운동, 강제동원 진상 규명 연대운동을 해오신 분들 800명 정도가 박물관 건립을 지지해주셨다"고 말했다.

박물관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편찬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를 포함한 자료 7만여 점과 5만여 권의 도서가 수집됐다. 이 가운데 엄선한 일부가 박물관에 전시되고 나머지는 아카이브로 구축·관리된다.

김 실장은 "내가 사는 사회를 아는 것이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게 박물관의 건립 취지"라며 "과거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내가 어떤 사회를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맡은 이이화 박물관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건립운동에 참여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자발적인 역사문화운동을 통해 박물관이 개관했다"며 "박물관은 단순한 자료 전시에만 집착하지 않고 시민과 청소년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