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악취 기획 관련 송도 악취 포집 시설4
'연중무휴' 송도 악취종합상황실-악취종합상황실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3동 주민센터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관계자들이 이동식 악취 포집기를 점검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산업·환경시설 주변 도시 팽창에
5년새 1092건 민원↑ 지속 증가세
법적·제도적 실질 관리대책 부족
외출전 온라인 체크·이사 준비도

인천지역은 대규모 산업시설, 환경기초시설 등이 몰려 있어 다른 도시보다 악취 발생 요인이 많다.

도시가 팽창해 산업시설이나 환경기초시설 주변에 아파트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이 생겨나면서 악취가 주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인천의 주거밀집지역 곳곳에서 지속적 또는 산발적으로 터지는 악취에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주거밀집지역에 맞춘 법적·제도적 악취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악취사태로 인한 트라우마가 인천시민들을 덮쳤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께 찾은 남구 도화동 뉴스테이 아파트단지. 인천기계일반산업단지와 약 5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곳곳에 '냄새나서 못 살겠다. 창문 좀 열어보자', '숨 막히는 공장 유해 악취. 양심 없는 사업주·방관하는 인천시'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인근 공업지역에서 날아오는 악취문제가 심각하자 주민들이 환경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집단대응에 나섰다.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최모(56)씨는 뉴스테이 추첨을 받아 2년 6개월을 기다려 올 2월 말 입주했다. 겨울이 지나 창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타는 냄새'에 시달리고 있다.

악취가 나면 두통이 따라온다고 한다. 최 씨는 "이사 온 지 6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옮기게 생겼다"며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와 놀이터 가기조차 무섭다고 한다. 5살 아들을 둔 최모(36·여)씨는 "아이들 몸속에 유해성분이 있는 악취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올 4월 말부터 4개월 넘게 시도 때도 없이 광범위한 악취가 퍼지고 있다.

냄새의 종류도 제각각이고 발생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2~3시께에도 송도 전역에서 '화학물질 냄새', '하수구 냄새', '타는 냄새', '분뇨 냄새' 등 악취 민원 24건이 접수됐다.

원인불명 악취는 송도 주민들의 일상마저 바꾸고 있다.

지난해 12월 송도의 새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허모(35·여)씨는 총 4번의 악취를 맡았다. 냄새는 한결같이 "가정집 가스냄새보다 더 역하고 강한 가스냄새"라고 한다.

일시적일 줄 알았던 악취가 좀처럼 끊이질 않는 데다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어떠한 물질이 섞인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허씨는 "2살짜리 아들을 키우는데, 아이 건강문제부터 걱정이 앞서 악취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외출하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상황을 체크하고 나가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송도의 또 다른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부 강모(38·여)씨는 "가스냄새를 계속 맡아왔는데, 어딘가에서 가스가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섭다"며 "도시 이미지가 나빠져 집값에도 영향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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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서구 청라국제도시, 검단산업단지 주변,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인근 아파트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에서 악취 민원이 지속하고 있다.

인천지역 악취 민원은 2012년 1천595건에서 2017년 2천687건으로 5년 사이 1천92건이나 늘었다. → 그래프 참조

현행 '악취방지법'은 산업시설 등 사업장 중심으로 규제하는 법률로, 주거지역 악취를 관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인천시는 주거지역 곳곳에서 집단 악취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특별대책을 내놨으나, 내년에 계획한 '악취 실태조사'를 제외하면 '측정장비 확충'과 '주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 등 기존 대책과 다르지 않다.

황용우 인하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법 테두리 안에 너무 갇혀있는 부분이 있다"며 "악취는 '감각공해'인데, 현장에 머물러 있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특성상 주민들이 악취를 심하게 느껴 현장에서 바로 채집해 측정했다고 해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호·김태양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