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SNS를 통해 "모든 공직에 정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그래야 나라가 활력이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청년에게 참여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다. 대선이 아니었다면 지지를 받았겠지만,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던 72세 반기문 전 총장을 겨냥한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가동연한'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 하지만 정치인의 정년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자민당은 '공천정년제'라는 내규를 통해 비례대표 선거의 후보 공천에 대해 정년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의원의 경우 만 73세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된다. 참의원의 경우 현역의원 임기 만료일 기준으로 70세 이상이면 후보로 지명될 수 없다. 2003년 중의원 공천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전직 총리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며 나카소네 야스히로, 미야자와 기이치 등 총리 출신 선배들을 이 규정을 들이대며 모두 정계에서 은퇴시켰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크게 반발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47년생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선출로 52년생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 53년생 정동영 평화당 대표 등과 함께 '올드보이'들이 모두 귀환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른 '2007년 동지들'이기도 하다. 연륜으로 꽉 찬 이들의 '부활'을 두고 협치의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도 있지만, 정년 없는 정치인의 가동연한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암울했던 70년대 초, 좌절한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던 것은 YS·DJ의 '40대 기수론'이었다. 지금 선진국은 40대 정치 지도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패기보다 연륜이 우선되는 우리 정치, '피터의 원리'가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