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중지로 산업현장도 피해
정부·道 법적 기준없어 대응 못해
전문가들 "온난화 넘어 아열대화"


기상관측이래 역대급 폭염이라 불린 올 여름 더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무더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프리카(대한민국+아프리카)'라고 불릴 정도의 살인적 고온으로 열사병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했고, 가축들도 떼죽음을 당했다. 외부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염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놨다.

한차례 태풍이 불어닥친 후 어느새 가을바람이 불고 있어 폭염이 잊힌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살인 폭염이 이변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올해 폭염 재난이 남긴 과제를 정리하고, 장기적인 차원의 폭염대책 방안을 고민해 본다. → 편집자주

'40.1도', 지난달 1일 양평군의 최고기온이다. 같은 날 베트남 다낭 34.6도, 이집트 카이로 36.8도, 튀니지 젠두바는 37.6도를 기록했다. 더위하면 남부럽지 않은 동남아와 아프리카도 대한민국 더위에 손을 들었다.

7월과 8월 이어진 폭염은 한반도를 용광로로 만들었다. 한낮의 강한 열은 밤까지 열대야로 이어지면서 쉴틈을 주지 않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온열질환 사망자는 도내에만 5명, 전국으로는 48명에 달했다. 농가의 가축들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경기도에서만 91만4천마리다. 농작물도 말라죽어 농민들의 가슴을 애타게 했고, 바다와 저수지 등의 물고기 폐사도 이어졌다.

폭염에 따른 야외활동이 중지되면서 공사현장은 물론 다양한 산업현장의 피해도 잇따랐다. 전기사용이 늘어 올해 7월 1일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 아파트 정전 건수가 전년 동기 73건에서 153건으로 110% 급증했다.

이 때문에 당초 호응을 얻었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예상치 못한 살인 폭염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폭염이 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원인중 하나다.

폭염이 자연재난에서 제외된 탓에 국민행동요령 외에는 대응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

문제는 역대급이라고 불린 이같은 폭염이 앞으로 자주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을 넘어,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화가 촉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과거 100년간 1.4도 올랐는데, 앞으로는 기온 상승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