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지자체 대책법 등 마련
최근 한국서 벌어지는 상황 암시
차별·배제 맞서 대항하기 위해선
사회적 연대 강화 등 대비책 필요
일본사회가 혐오표현과 시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2005년 '혐한류'라는 제목의 만화책이 출판되었다. 이름처럼 한국과 한국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이후 혐한기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7년에는 '재특회'로 불리는 '재일조선인의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이 결성된다. 재특회는 2009년 재일동포 자녀들이 다니는 교토조선제일초급학교 앞에서 혐오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일본의 극우시민운동단체들과 일본 각 지역에서 헤이트스피치를 쏟아내며 혐오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에 대한 일본사회의 대응이다. 2013년 초부터 혐오시위대보다 더 많은 일본 시민들이 혐오 반대시위를 시작한다. 2013년 6월이 지나서는 혐한 시위대의 열 배인 2천 명에 이르게 되고, 급기야는 한인상가가 밀집한 신오쿠보에서 벌어진 혐한시위대의 행진을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저지시켰다고 한다.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에 이어, 일본 정부와 국회는 혐오발언 대책법(본방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의 추진에 관한 법률안)을 2016년 5월 통과시켰다. 처벌규정이 없는 이념법이라는 한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법안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입히고 사회에 차별의식을 생겨나게 하는 차별적 언동, 사회로부터의 배제, 권리 또는 자유 제한, 명백한 증오 혹은 차별의식 또는 폭력을 유발하는 것 중 어느 목적으로든 행해지는 것을 혐오발언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차별해소와 계몽활동 인권 교육 등 노력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또한 혐오시위와 발언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16년 5월 가와사키시에서는 혐오발언 관련 단체의 공원 사용 허가를 불허하였고, 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시는 혐오발언 규제 조례를 2016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혐오발언에 관한 신고가 들어오면, 전문가 심사를 거쳐 혐오발언을 행한 단체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정권고 한다. 또한, 최근 일본 도쿄에서는 성소수자 및 외국인에 대해 혐오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단체에 대해 공공장소 사용금지 조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혐오발언대책법이 만들어지고 각 지자체가 조례 또는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 것은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과 시민들이 행동과 연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런 일본의 사례는 최근 부쩍 혐오발언과 시위가 증가하고 기존에 있던 인권조례마저 폐지되고 있으며, 이슬람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그리고 동성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별적인 차별받는 소수 당사자의 힘만으로 혐오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혐오 행위 또는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자체를 처벌해 이를 범죄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더불어 사회 전체가 혐오와 차별이 바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둘러싼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차별과 배제에 맞서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모든 면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 혐오에 대항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