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정 일산동부서 청문감사실 경사
유태정 일산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사
"선생님, 잘 지내시죠? 매달 보내주시는 장학금으로 피아노학원 다니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급수시험 합격했어요. 사랑해요." 며칠 전 문자 한 통이 왔다. 기억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홉평 작은 집에서 성폭행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소녀와 불신의 눈빛을 한 보호자 노조모가 나를 맞이했다. 첫 만남을 가진 후 지속적인 상담, 화이트데이, 명절방문, 행복드림캠프 참석, 장학금 지원 등 3년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얼마 전 웃음 가득한 소녀와 연신 감사하다며 손을 잡는 할머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2015년 '피해자 보호의 원년' 선언과 함께 전국 각 경찰서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이 배치된 후 3년 넘게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국가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880억원 중 경찰 예산이 1.4%인 11억여원에 불과하고, 전국 298명 전담경찰관 중 123명만 정원이 확보되는 등 예산과 인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전담경찰관은 6천675명 신변보호(17년 기준) 및 223곳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 마련 등 지자체와 유관기관과 협업으로 경제, 심리, 법률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통해 범죄피해자 보호가 경찰의 기본 책무로 규정됨으로써 범죄예방과 검거에 초점을 맞추던 경찰업무가 그간 소외됐던 피해자 회복 중심의 경찰업무로의 변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피해자의 아픔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사건 초기 피해자전담경찰관과 마음의 유대가 중요하며, 신뢰 관계가 단기간에 깨지지 않게끔 지속적인 도움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피해 발생부터 일상생활 복귀까지 3년 혹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범죄피해자와 전담경찰관이 함께 웃기를 기대해 본다.

/유태정 일산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