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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남북정상회담 동행 요청과 관련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요청과 거절을 둘러싼 시비를 떠나 정말 궁금한 점이 있다. 정의용 특사가 지난 5일 방북에서 4·18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정당 주요 인사의 동행 방북을 합의했는지 여부다.

외교에서 의전은 생명이다. 핑퐁외교로 죽의 장막을 열었던 미중정상회담 당시 닉슨과 마오쩌둥은 악수와 미소를 주고받는 첫 대면부터 양국이 합의한 의전을 따랐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키 차이를 고려한 의전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우러러보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으로 의전에 없던 파격을 연출해 회담의 주도권을 잡는 경우도 다반사다. 공격적인 악수로 악명 높은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때 느닷없이 자신의 전용차 내부를 공개해 김 위원장을 당황시켰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깜짝 월경(越境)을 제안해 만만치 않은 내공을 과시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도 양측이 합의한 의전이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단, 정당대표들은 국가의전서열 10위내의 주요 인사들이다. 이들이 대통령과 동행하는 문제는 당연히 사전에 합의할 중요한 의전이다. 북한과 합의된 사안이라면 정 특사의 방북 결과 브리핑에 중대한 누락이 있었던 셈이니 큰 문제다. 청와대의 단독 결정이라면 의전상 북한에 대한 실례다. 평양은 청와대가 즉흥적으로 부랴부랴 동행단을 꾸려 방문할 장소는 아니다.

임 실장의 전격적인 동행요청은 상호 존중을 강조한 삼권분립의 원칙상 무례했다. 난데없이 '꽃할배' 운운한 대목에선 동행요청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거절의 이유가 우아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야당대표들의 거절 이유를 야유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갈 사람만 가자'는 냉소적 반응이고, 청와대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퇴근 시간에 밥먹자 했다가 부하직원들이 난색을 표하자 짜증내는 상사의 촌극을 닮았다.

북한 비핵화의 분수령으로 주목받는 남북정상회담이다. 내부의 의전이 이 모양인데, 정상회담 의전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걱정이다. 평양의 김 위원장은 목숨을 걸고 문 대통령을 기다릴텐데 말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