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대표 독립출판물 알리자 마음 먹고 퇴사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 중점"
필사·독서로 시작해 심야영화·글쓰기 등 '모임' 늘어… 입소문 퍼져 타 지역서도 찾아
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패기 하나로 작은 동네 서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건물을 임대하고 서점을 열기까지 시간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작해보니 초라했다.
책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공간 활용도 잘 못해 휑한 느낌만 가득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공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흐르니, 주민들이 저절로 찾아왔다. 나름대로 동두천의 '문학쉼터'로 조금씩 자리잡았다.
김성은 대표가 운영하는 동두천시 동두천로에 위치한 '코너스툴'은 동네서점이다. 이곳은 책을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용 목적에 따라 도서관처럼 책을 읽는 공간도 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공부방도 된다. "평소에 독립서적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독립출판물 관련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1년 가까이 푹 쉬었는데, 앞으로가 걱정되더라고요. 뭘 할까 생각했는데, 독립출판물을 알리는 책방을 차려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동네서점을 방문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퇴사를 하고 부모님을 따라 동두천에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곳에는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공간이 없었고, 이내 답답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문화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하잖아요. 동두천에는 그런 공간이 많이 없더라고요. 이곳 주민들 중에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점을 열 때 큰 틀을 잡거나 하지 않았지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꼭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현재 코너스툴에서는 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사, 독서 단 두 개로 시작했던 모임은 어느새 심야영화, 독립출판 제작, 청소년 독서, 글쓰기 등으로 늘어났다.
모든 프로그램은 김 대표가 직접 준비하고 모두 참여한다. 서점을 열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챙길 것이 많아 정작 책을 펴는 시간은 퇴근길 잠깐이라고. 그래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책방을 열고 처음 진행한 게 필사였어요. 당시에는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손님 한 분을 붙잡고 필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첫 모임을 진행했어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모임도 자연스럽게 늘었어요. 대부분의 모임은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코너스툴은 아직도 시작 단계다. 처음보다 제법 이름이 알려져 인근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김 대표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코너스툴은 링 위에서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는 권투 선수들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코너에 있는 의자를 뜻해요. 이 공간도 지역주민에게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