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CCTV설치 효과없이 불신 키워
보육선생님 자격강화·처우 개선
교사로서 자부·소명의식 회복을

이런 어린이 이용자들이 떠나고 나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흩어진 책들을 정리하면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어린이집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된다.
잠을 자지 않는다고 이불을 덮어씌우고 몸으로 눌러 질식사로 숨지게 하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아이를 들어 내동댕이치고 음식을 억지로 입에 밀어 넣는 등의 아동학대 사건, 사과 7개로 9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고 상한 음식을 먹이는 등 부실 급식 문제, 폭염 속 통학차량에서 미처 내리지 못해 질식사 한 사건 등 어린이집 관련 사건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 도서관에서 단체 이용자로 만났던 어린이집 교사들의 고충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이집 교사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어린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정당화 될 순 없다. 다만, 어떤 범죄사건처럼 특정한 누군가가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 많은 어린이집에서 왜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매번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터진 댐의 구멍 막듯이 정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오고 있다.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린이집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아동학대 사건을 막아내지 못했다. 사건, 사고 속에서 어린이집을 믿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원시키기도 했다. 녹음기를 발견한 교사들은 또 서운함과 현실의 어려움에서 오는 분노를 터트렸다. 서로간의 불신과 분노만 더욱 커져 가는 것 같다.
오래 전 일이지만 영국 버밍햄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집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아이가 만 2살, 4살이었다. 함께 일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곳 교사들이 스스로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만족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해 존경의 마음과 함께 깊은 신뢰감이 생겼었다. 그들이 지녔던 자부심과 소명의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현재 우리나라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로서의 인성이나 전문성을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맡기면서도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근무환경이나 노동 강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보수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스스로의 만족감이나 소명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면서 근무조건과 처우 개선에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아직은 힘없고 작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아직은 작은 나 /가사이 마리 글. 오카다 치아키 그림/김숙 옮김/북뱅크' 그림책을 조용히 읽어본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 그림책의 아이처럼 '아직은 작은 나'이다. 아직은 자라고 있는 어리고 작은 존재이기에 국가, 교사, 부모 모두가 함께 보살펴주고, 혼자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 그림책의 작은 아이는 말한다. '이것저것 다 잘 할 수 있게 되면 더는 작은 나는 아닐 거예요. 그때는 나 어떤 아이가 되어 있을까요?'
아직은 작은 어린이들을 평온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자라게 보듬어주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