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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을 따라 인적 쇄신, 교체의 바람도 불어온다.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도체육회는 바람이 일기 전에 떠나버렸고 경기연구원은 민선 7기 인수위원회의 핵심인원이 기관장으로 확정됐다. 소위 경기도 빅 3라는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기관장 사퇴가 공식화돼 새 기관장 자릴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새 기관장 선정절차가 시작되자 제대로 된 기관장이 필요하다며 노조가 피켓을 들고 나섰으니 바람도 각양각색이다. 

이미 기관장 선임 마친 곳을 두고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인수위 출신 아니면 성남 출신 측근 인사란 얘기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들은 성남시 공무원들이며 인수위가 점령군 행사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지사께서 성남에서 성공한 행정 모델을 만들었고 인수위에서 새로운 경기도의 비전을 세웠다. 따지고 보면 같은 신념을 나누고 마음이 통한 사람들을 지근에 둔다고 문제 삼는 게 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는 건 흔한 일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산통을 겪은 유럽은 의원내각제로 의회정치가 자연스럽게 행정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발전했고 미국은 아예 엽관제로 집권세력이 행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선거의 승리를 패권주의적으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전근대적이라는 비판 있기는 하지만 오늘까지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나름의 까닭이 있어서 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누구를, 왜, 쓰느냐는 것이다. 최근 기사화된 경기도 문화의 전당 사례를 보자. 특정 음악 혹은 공연에 편중되지 않는 인사, 예술계 전반에 경험 갖춘 전문가, 가능하면 공공예술 부문의 어려움을 해결한 경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의 제공은 분배 정의 차원에서 형평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클래식이 익숙하다고 해서 국악이나 무용이 무시 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문화자원은 '공공재'로써 이중의 지위를 갖는다. 도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만큼 보호와 관리도 필요한 것이다. 임원추천위원회를 앞두고 피켓을 든 노조의 목소리가 소중한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는 사람뿐 아니라 가는 사람에게도 배울 건 있다. 사표를 낸 모 기관장은 제 일자리 알아보자고 휴가도 내지 않고 업무시간에 면접을 보러 다니고 그간 스펙으로 다음 일자리에 성큼 다가갔다는 소문이다. 기관장이 자기 살길 찾는 사이 기관에서는 성희롱, 갑질 신고에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계약직원에게 정규직 전환 운운하며 입조심 하라는 판이니 그간 기관 운영이 어땠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겠다. 이게 세금으로 한해 일억 넘는 연봉에 경영평가 성과급까지 받는 기관장의 민낯이다. 

인사원칙은 동이나 서나 예나 지금이나 같다. 적재를 적소에 두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쯤 되면 업무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은 물론 경기도민 삶을 위해 일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그 자신의 업무가 가진 무게감을 견딜 수 있는 높은 도덕성도 필요하다. 서류평가, 임원추천 위원회, 청문회까지 절차를 마련해 뒀다지만 그만으로 적소에 맞는 적재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성이 있는지 사명감과 책임감, 도덕성을 갖췄는지는 결국 지사께서 판단하셔야 한다는 얘기다.

관리자는 조직에 공기를 불러온다. 아부 좋아하는 관리자는 조직원들이 아부나 하게 만들고 제 몸이나 사리기 바쁜 관리자는 냉소적인 조직을 만든다. 강직한 관리자 앞에서 조직원들은 원칙을 살피게 되고 관리자가 책임감으로 조직을 지킨다면 조직원들은 조직을 위해 스스로 방패 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지사께서는 새로운 경기를 천명하며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다. 지사님의 새로운 경기는 가깝게는 경기도청과 공무원들을 바꿔 놓을 것이고 또 우리 산하기관의 공기를 바꿔 놓을 것이다. 이 변화가 바로 새로운 경기로 가는 한 걸음이다. 또 다른 중요한 한걸음이 기관에 맞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유능하고 사명감과 책임감 갖춘 기관장을 선임하는 것이다. 하여 간곡해 부탁드린다. 지사께서는 부디 이 한발에 신중에 신중을 다하여 주시기를. 

/이기영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