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代 고령에도 상원의원 노익장
'…시간의 연대기' 등 2편 출품
60년대 아르헨티나 생활상 담아
제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는 다큐영화계의 거장인 페르난도 E. 솔라나스(83) 감독이 참가해 작품 상영과 토론을 겸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마스터클래스에는 다큐영화 제작 관계자와 다큐 감독들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영화제 측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분기점에서 보다 넓어지는 것 대신 보다 깊어지는 편을 택했다.
거장의 작품을 통해 다큐 영화의 본질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마스터클래스에 앞서 지난 14일 고양 일산에서 DMZ영화제를 찾은 솔라나스 감독을 만났다.
솔라나스 감독은 50년 전 제작된 기념비적인 다큐 영화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와 식량 제국주의 문제를 다룬 '죽음을 경작하는 사람들' 두 편을 들고 영화제를 찾았다.
80대의 고령에도 아르헨티나 현역 상원의원으로 일하며 왕성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는 솔라나스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을 날카롭게 거론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초 40분으로 예정됐던 그의 인터뷰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솔라나스 감독의 내한은 지난 19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0년 만이다.
그는 "올 때마다 많은 발전이 이뤄진다는 점이 너무 흥미롭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핵 개발도 직접하고 있었다. 50년 후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 아르헨티나는 후퇴했고, 한국은 가능성을 다 보여줬다. 조선소도 있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핸드전화, 자동차 등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지정학적 위치와 당시의 정치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를 세상에 내놓았던 196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의 화두는 미국을 위시한 신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 대중각성을 통한 민중 혁명이었다.
솔라나스 감독은 "당시 아르헨티나에 독재 정부가 있어서 영화 작업을 외부로 나가서 했다. 숨어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인에게도 영화에 대해 언급하지 못했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3개의 영화가 합쳐져 있다. 당시 제게 주어진 자료가 아카이브의 것이어서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했다. 각 챕터마다 제목을 달고, 영화의 문구를 인용했다. 무성영화의 요소들을 많이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정보성 영화가 아니라 오피니언 영화다. 수필책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저는 각 챕터가 각자의 독창적인 형태를 가지면서도 전체로 보아 연계성이 있도록 꾸미는데 집중했다. 음악 역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