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다큐(docu)의 세상이다. 지상파건 종편이건 다큐를 내걸지 않으면 프로그램 행세를 할 수 없을 정도다. 다큐 세상, 시사 다큐, 다큐프라임 등등 온통 다큐일색이다. 예능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큐와 예능을 결합한 '리얼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큐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줄임말. 단어가 길어 번거로우니 뒤를 뚝 잘랐다. 다큐멘터리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사실(fact)과 현실(reality)이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이 단어에서 나온다. 다큐 프로가 난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에 입각한 촬영과 합리적인 재구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영화'를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팩트를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다. 다큐멘터리가 현실의 객관적 기록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주관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성향이나 작품의 의도에 따라 그 방향성이 좌우된다. 그게 다큐멘터리의 매력적이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 시위현장에서 진압하는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자를 어느 쪽에서 찍느냐에 따라 '폭력시위대'와 '폭력 진압 경찰'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종종 다큐멘터리가 '선전영화(propaganda film)'로 변질되는 것도 그런 경우다.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의 크기는 극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파급력도 엄청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직설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울림이 크니 감동도 클 수밖에 없다.
DMZ 국제 다큐영화제가 어느덧 10회를 맞았다. 레드카펫,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질은 높아진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앙뚜, 다시 태어나도 우리' 'B급 며느리' 같은 좋은 작품이 꾸준히 선을 보인 덕이다. 올해는 39개국에서 14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만큼 성장했으니 '대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반인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고, 새로운 다큐영화제가 신설되고 있으니 이는 좋은 징후다. 지원이 더 강화되고 문호가 더 개방돼 작품의 수도 늘어나면 DMZ 국제 다큐영화제의 앞날은 더 밝아질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