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이라크戰… 꽁꽁 언 서민가계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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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지만 유통시장과 상인, 택시기사, 구두닦이 등이 전하는 체감경기는 지난 97년이후 IMF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
휘발유 가격이 1천500원선으로 치솟자 자가 운전자들은 아예 자동차를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10대 청소년과 20~30대 여성 명품족 등 주요 소비계층은 지갑을 닫아 버렸다.
24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41)씨는 “손님도 절반 이상 줄었고 그나마 차량이 밀릴 때는 중간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일주일에 한번은 사납금도 못채우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안양시 안양1동에서 5년째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34)씨는 매출부진에 고민하다 한달전부터 치마, 니트셔츠 등을 무조건 1만~2만원에 팔고 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박씨는 “안양1동은 청소년들이 많이 몰려 수도권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IMF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신상품을 구입하려 빚을 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수원의 컴퓨터 판매업자 최모(43)씨도 “예년에는 2~3월이면 졸업·입학과 신학기 개강 등이 겹쳐 1년중 컴퓨터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오히려 지난 1월에 비해 20%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인근 사무실을 돌며 구두닦이를 하는 윤모(34)씨도 “한달에 2만~3만원씩 받고 매일 구두를 닦아주는데 요즘들어 직접 구두를 닦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며 “수년째 단골인 샐러리맨들도 아예 거래를 끊고 있다”고 말했다.
유흥가도 썰렁해졌다. 수원시내 나이트 클럽들은 유행처럼 대형홀을 룸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손님들에게 한산하다는 느낌을 줬다간 바로 문을 닫기 때문에 홀을 룸으로 바꾸고 있다고 나이트클럽 직원들은 전했다.
수원 성남 안양 등지의 대형 백화점들도 최근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빅 세일을 앞당기는 등 비상이 걸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요즘들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