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방지·피해자 보호
국회, 법적 조치 다양하게 논의중
법 효력 거두려면 기관장 리더십
건강한 노조 반드시 뒷받침돼야

직장 상사의 갑질을 위에 호소했더니 "시집이나 가지 그래." 하더란다. 그 상사가 전에 괴롭힌 직원도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이직을 했다. 진료 기록이 남으면 혼인에 방해될까 봐 정신과를 찾지 못한다는 30대 공공기관 직원. 직장 따라 지방으로 내려오니 소개 들어오는 남자도 거의 없다. 평범한 남자 만나 맞벌이하면서 아이 낳고 지금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 상사를 생각하면 비정규직으로 가더라도 이직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더욱 결혼을 못 할까 싶어 꾹꾹 참는다. 괴롭힘을 벗어나고자 찾아본 것이 근로기준법이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정의조차 없었다. 황당하고 답답했다. 다행히 최근 '직장갑질119'라는 민간공익단체가 발족했다는 걸 알았지만 거기에 하소연할지 망설여진다. 섣불리 문제를 밖에 가져가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성격이 보수적이고 공공기관에 있어서인지 웬만하면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고 싶다. 하지만 이제 문제를 호소할 데는 기관장인데 평소 관계를 보면 같은 편일 듯하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본인 역량을 살리지 못하는 다른 부서로 보내지면 계속 떠돌 것 같다. 결국, 그 상사와 죽이 맞아 나를 따돌리는 옆자리 직원을 내 자리에 앉히려는 상사의 계획대로 되는 셈이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정규직전환 같은 무겁고 커다란 개념이 경제와 일자리 논의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지금 형편에서는 계획대로 풀려나갈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집값과 일자리 통계에 온 힘을 쏟으며 일희일비할 때 현장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위계가 더욱 '자유'를 누리며 강익강약익약(强益强弱益弱)을 만들어낸다. 직장갑질은 같은 부서에서 구성원 대 구성원 사이에 교활하고 내부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가해 행위를 잡아내기 어렵다. 더욱이, 가해자를 깨닫게 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가해자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열등감이 높거나 가정이 원만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를 직장의 약자를 통해 배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직장갑질이 기본적으로 약자의 문제인데, 한국 사회가 강자인 가해자에 대해 심리치료를 결행할 사회적 의지가 조직화 되어 있을지?
이런 연유로,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법일 것이다. 늦었지만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를 다루는 법률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런 법일수록 현장의 성격이 법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기관장의 포용적 리더십과 건강한 노조가 뒷받침되어야 이 법이 제 역할을 할 터이다. 그게 안 된다면, 안타깝지만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수밖에 없다. 더는, 그 직원의 마음에 이지러지고 차가운 한가위 달이 떠오르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그대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꿋꿋하여라, 때론 살아있는 그 자체가 싸움에서 이기는 법.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