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비 '판형 열교환기' 씻을때
중금속 든 '세척액' 대량 사용·방류
질소·인 등 허용치 56~5천배 '초과'
인천서만 年 4만5천t 하수도 유입
법적 규제대상 안돼 수질오염 방치

인천지역 아파트단지가 지역난방설비를 세척하면서 유독성 물질을 하수구로 그대로 흘려보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폐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26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에서 총 22만1천187세대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지역 아파트 57만1천370세대 가운데 38.7%에 해당한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나 쓰레기소각장 등 열생산시설에서 만든 100℃ 이상의 뜨거운 물(중온수)을 아파트단지 기계실에 공급해 일괄적으로 각 세대를 난방하는 방식이다.

아파트에 공급하는 중온수는 열과 압력이 높아 각 세대로 직접 보내지 않고, 기계실에 설치된 '판형 열교환기'를 통해 집집마다 쓸 물을 다시 데우는 데 사용한다.

지역난방의 핵심 설비인 판형 열교환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열판이 오염돼 열전도율 등 난방효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아파트마다 1년에 1~2회 정도 전문업체를 통해 세척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아파트가 단지 내 기계실에서 진행하는 판형 열교환기 세척작업에 쓰는 대량의 세척액이다. 중금속 등 각종 독성물질을 포함한 세척액이 물과 섞여 그대로 하수구에 버려지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업계의 한 관계자가 인천 서구에 있는 아파트 지역난방설비 세척작업 당시 기계실 배수로에서 방류한 폐수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수질분석을 의뢰했다.

수질분석 결과, 하천이나 산업폐수 오염도를 측정하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관련 법상 폐수 배출 허용치인 '120PPM 이하'를 236배나 초과한 2만8천413PPM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수중에 포함된 질소(N)는 3천411PPM으로 법적 배출 허용치의 56배가 넘었고, 축산폐수나 농업폐수에 높은 농도로 포함된 인(N)도 4만2천196PPM이 검출돼 허용치를 5천배 이상 초과했다.

수질분석을 의뢰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지역 지역난방 세대 수와 세척주기 등을 고려하면 인천에서만 연간 4만5천t의 유독성 폐수가 하수도로 흘러들고 있다고 본다"며 "전국 대부분 아파트가 마찬가지라서 전국적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폐수가 버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염된 난방설비 세척 폐수가 하수구로 방류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법에 따라 지자체가 관리하는 폐수배출시설은 일일 배출량을 충족하는 시설이나 특정 업종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물환경보전법은 시행규칙으로 폐수배출시설을 82개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파트단지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폐수의 정의는 관련 법에 따르고 있고, 법에서 정한 시설에 대해 각 군·구가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는 관련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