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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성공가도가 어디에 이를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한해에만 두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유엔총회 연설로 세계적인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7인조 보이그룹 BTS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7분 연설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룹의 리더 RM(김남준)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하자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다"고 암울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RM의 연설은 BTS의 성장통을 그대로 담아낸 진정성 때문에 울림이 컸다. 2013년 데뷔할 당시 중소기획사의 그룹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 중 서울 출신이 전무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하는 앨범을 발표하며, 멤버 전원이 SNS와 온라인 1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저변을 넓혔다. 사투리 교정에 실패한 4명의 경상도 출신 멤버 2명은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 개인방송을 할 정도로 자기 정체성이 확고했다. RM의 유려한 영어 실력은 해외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멤버 각자의 노력이 그룹의 에너지로 모이자 폭발력이 세계로 확장됐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는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UN연설은 절망하는 지구촌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자 절망의 밤하늘에 뜬 별자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BTS가 될 수 없고, 사실 BTS의 성취는 별 만큼이나 멀고 특별하다. 중요한 건 BTS의 메시지를 현실로 환원할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추석연휴 취업 잔소리에 격분해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한 청년의 비극이 있었다. '3포세대'를 넘어 포기할게 너무 많아 'N포세대'라는 한국 청년들에게 제대로 방탄 역할을 하는지, 공존의 사다리를 매달아주고 있는지 국가와 사회의 성찰이 깊어질 때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