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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6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로 커졌다.

이번 미 금리인상이 당장 대규모 자금유출을 초래한다는 우려는 많지 않다. 올해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된 이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계감은 점점 커진다. 미 금리 인상은 신흥국 불안 등을 초래하며 간접적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한은에도 금리인상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깜빡이'를 켜둔 한은은 10월이냐 11월이냐를 두고 고심 중이다. 국내 경기 등을 감안하면 판단이 쉽지 않다. 연내 금리동결 전망도 많이 나온다.

◇ 금리역전 폭 확대, 한국 경제 부담 커지나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0%다.

한미 금리차는 2007년 7월 이래 11년여 만에 가장 커졌다.

역대 최대였던 1%포인트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미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또 올리고 한은이 연내 동결하면 1%포인트가 된다. 내년이면 새로운 기록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한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27일에는 허진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하고 FOMC 결과가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한다.

금리 차 확대가 바로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올해 3월 이후 입증됐다.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외국 자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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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13일 기준)까지 외국 증권자금은 86억 달러 넘게 순유입됐다. 외국인 주식투자금은 28억1천만 달러 순유출이지만 채권에선 114억7천만 달러 순유입된 결과다.

양호한 대외건전성이 그 배경으로 설명된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77개월째 이어졌고 외환보유액은 4천억달러 선으로 늘었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내외이고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40 전후로 낮은 수준이다.

통화스와프 협정도 중국과 연장한 데 이어 캐나다, 스위스 등과도 체결했다.

문제는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다.

일부 국가에서 외채 만기 연장이 안 되고 급격하게 자본이 빠져나가는 '서든 스탑(sudden stop)'이 발생하고, 불안이 주변으로 퍼지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외 금리차가 크면 충격파가 확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리차가 커질수록 긴장감도 고조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금리인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금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금리차가 1%포인트로 벌어지면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자본유출 우려가 크진 않아도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자본유출은 금리 차가 아니라 대외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금리차 확대로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는 낮다. 달러 인덱스 등 대외 여건 변수를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미 금리 3차례 올릴 동안 한은은 저울질만 계속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3차례 올릴 동안 한은은 계속 동결했다. 작년 11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래 추가인상 시기를 살펴왔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한미 금리차는 자꾸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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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거쳐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했다. 사진은 이날 FOMC 회의후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한은은 금리인상 깜빡이를 켜놨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7월부터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내고 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금융안정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10월 인상에 걸림돌은 경기 지표다. 한은이 경제전망을 수정하는 때라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금리를 올리려면 매우 강한 명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10월 금통위 전에 물가와 고용 등 지표가 나오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

게다가 10월에 올리면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은을 향한 신뢰에 금이 가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11월로 미룬다고 사정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때가 되면 내년 경기가 주목받게 될텐데,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보는 기관은 드물다. 미중 무역분쟁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금리를 그대로 두자니 한미 금리차는 자꾸 벌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1천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향한 우려가 커진다. 가계부채는 저금리로 인한 금융불균형의 대표 사례이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부총재 시절부터 금통위원 경력 8년차인 이 총재가 어려운 여건에 놓인 한국 경제를 위해 어떤 수를 놓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