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분수대 건립비용 245억원은 고양시 10년치 보육예산과 맞먹고 6~7년치 교육예산의 절반이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라면서 “시민이 원치 않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는 행태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호수공원은 관리비만 연간 60억원이 소요되는데 또 분수대 유지비 6억원이 더 늘어나게 된다”며 “시민의 세금이 몇시간 물줄기로 날아갈 뿐 아니라 예산 부담이 누적되면 호수공원 유료화 논리가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이에 반해 “이미 조달청과 스페인 관련 업체(EMTE사)간 자재공급 계약이 진행중인 상태로 사업취소 또는 중단의 경우 국가와 고양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중단 불가방침을 천명했다.
시는 더불어 노래하는 분수대는 고양시를 방문하는 내·외국인에게 볼거리를 제공, 고양시의 대외 홍보 발판을 마련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해 자립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란과 함께 향후 전망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분수대 재원
노래하는 분수대는 경기도와 고양시가 일산신도시 관광상품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245억원을 들여 호수공원 1만5천639평 부지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음향·조명에 맞춰 다양한 분수 효과가 연출되는 첨단시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음악분수대(스페인 엠떼사 제작)를 모델로 클래식·재즈·팝 등 음악 리듬에 맞춰 50m의 주분수와 4개의 보조분수가 최고 35m 높이로 물을 분사한다.
이 분수는 국내 최대 규모로 수직형·원형·타원형 등 최대 500가지의 각종 효과를 연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겨울을 제외한 봄·여름·가을 3계절 매일 또는 주말 야간 1시간씩 레이저 등의 시각효과를 결합해 주변을 형형색색으로 장식하게 된다.
#추진 경위
노래하는 분수대는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가 재임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 경기도와 스페인 카탈루냐주(州)간 자매결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지난 99년 10월25일 카탈루냐주와 상호 투자협력합의서를 체결하고 수원, 성남 등 도내 4개 시·군의 치열한 유치경쟁을 통해 고양시로 최종 결정했다.
경기도는 당초 노래하는 분수대 사업비로 106억원을 책정했으나 실시설계 후 보조분수대, 특수효과, 조경 등이 추가되어 245억원으로 140억원이 증가됐다.
사업비는 주 분수대 사업비 192억원 중 경기도가 121억원, 고양시 71억원씩 분담키로 경기도와 고양시간 합의됐으며 보조분수대는 고양시가 시비 53억원을 들여 우선 추진한 후 도비지원을 건의할 방침이다.
고양시는 노래하는 분수대를 올 2월11일 착공, 금년 말 완공한 뒤 내년 3월부터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찬반 논쟁
고양시는 노래하는 분수대가 한국국제전시장·관광문화단지 등과 함께 무역관광중심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자족기반시설로 향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 관광수입을 증대시키는 고양시 명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는 스페인의 몬주익 분수대의 경우 관광객들에게는 바르셀로나시의 확고한 이미지 창출을, 시민들에게는 자긍심과 함께 가족단위로 어울릴 수 있는 열린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노래하는 분수대를 청소년 및 가족단위 쉼터로 활용, 건전한 놀이문화 정착과 한국국제전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고양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반 시설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분수대 건립 추진은 지난해 고양시 문화예산(216억원)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등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추진이며 연간 관리비만 6억원으로 관광 수요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돈 먹는 골칫거리로 전락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러브호텔과 룸살롱 등 유흥도시로 전락해 가고 있는 일산신도시에 노래하는 분수대가 들어설 경우 서울 등지의 불건전 관광객들을 고양시로 유인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호수공원 일부를 분수대로 조성, 호수공원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공원인 호수공원 유료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는 그러나 분수대가 들어설 곳은 당초부터 유희시설부지로 계획돼 있는데다 그동안 꽃박람회 임시 전시관 터 등으로 사용했으며 분수대 물은 재활용하고 사용후 폐기되는 물은 별도의 하수관을 통해 처리하도록 건설, 호수공원 수질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유료화는 도시공원법과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기반시설과 5개 이상 유희시설 및 2종목 이상의 운동시설이나 교양시설을 갖추지 못해 노래하는 분수대를 건립할 경우에도 입장료를 징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
고양시는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외국 기업과의 행정 신뢰도 등을 내세우며 지난 30일 당초 계획대로 건립할 방침임을 천명,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대립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시는 "노래하는 분수대는 한국 국제전시장 건설에 따른 효과 극대화와 외자유치를 위한 사업으로 사업중단시 외자유치에 차질을 빚고 외국기업과의 행정 신뢰도에도 문제가 발생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강현석 시장은 "두달여 동안 주민여론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 사업중단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반대여론을 최대한 받아들여 진정한 일산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고양 여성민우회 등 25개 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는 지난달 구성한 범대위를 통해 "호수공원의 생태공원화를 막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국적불명의 시설사업에 과다한 돈을 들이고 있다"며 거듭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범대위는 특히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방침과 관련한 고양시의 감사를 정식 청구하고 시청 앞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건립 반대주민 서명 등 분수대 건립 저지를 위한 반대운동을 계속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문제는 경의선 지상화 건설논란과 함께 상당기간 고양시의 뜨거운 논쟁 거리로 자립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