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에 따라 연대·분열 신속 대응
정치·기업 마케팅에 휘둘릴 것인지
공유하는 연결성으로 넘어설 것인지
소셜미디어 역할 계속 주목해야
이들을 통칭하는 대중은 근대 정치혁명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력과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에 엘리트는 대중을 통제하고 제어할 대상으로 여겨 왔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대량소비·표준화 시스템 속에서 대중은 소비자로 자리 잡으면서 정치와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중이 그들의 정치와 문화를 만들어내려고 하자 엘리트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이분법 등의 프레임으로 제어하려고 했다. 엘리트 입장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중들을 제어하고 통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매스미디어였다.
미디어 역사를 '방송(매스미디어) 시대'와 '디지토럴 시대'로 나누는 분석도 있다. 디지토럴은 디지털과 '구전·구두의'란 영어 단어의 합성어이다.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 시대는 백 년 정도 지속됐는데, 정보(스토리)를 제공하면 일방적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였다. 정보(스토리)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힘에 의해 좌우됐다. 반면에 디지토럴 시대에는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스토리)를 내놓고 대중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 정보(스토리)의 약육강식, 치열한 자유경쟁 시대인 것이다. 대중의 자율적 선택권이 확대됐다.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기관과 기업은 소비자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은 어느 때보다 많지만 친숙하기는 가장 어려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시장인 '마켓 4.0'에서 강조되는 것도 개인화 마케팅이다. 소비자 개인의 취향, 관심, 생활방식을 반영한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져 개인화된 상품과 콘텐츠 추천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기반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들곤한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테이터 분석을 통한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드라마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연출자와 연기자를 선호한다는 3천300만 가입자의 시청습관 데이터 분석을 확신해서 천억 원을 투자한 일이 있었다. 드라마 이야기 구조보다 가입자 시청습관에 더 주목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는 실제 상품을 체험하고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하며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그것을 다른 이나 커뮤니티와 공유하는 능동적 소비자로 진화했다. 연결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소비자는 수동적인 마케팅 대상이 아니고 기업이 함께 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마케팅이 소비자를 전략적으로 세분화하여 표적 고객을 설정하고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미디어나 마케팅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대중의 자율적 선택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대중지성'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개인적 선택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건 기업의 마케팅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중은 여전히 정치적 설득과 마케팅 대상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중심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대중'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대중은 상당한 정보력을 갖추고 소셜 미디어로 목소리를 드러내면서 사안에 따라 신속하게 연대하고 분열하고 있다. 정치나 기업이 쉽게 특성을 포착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집단이긴 하지만 이들도 소셜 미디어 등에 축적한 데이터로 분석이 불가능하지 않다. 갈수록 정밀해지는 정치와 기업의 마케팅 기술에 대중의 자율적 선택성과 개성마저 이용될 것인지, 공유하는 연결성으로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