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2억원 관내 지역아동센터 3곳에 기부금 기탁한 김예성 할머니4
자신의 전 재산 2억원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한 김애성 할머니가 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자택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역 아동센터를 돕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숭의·예향꿈터·꿈나무 3곳 자립 종잣돈 기부
평소 어려운 사람 남모르게 도와 이웃에 귀감
"평생 처음내는 소문… 자식들도 기뻐했으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애써 주세요."

인천에 사는 한 80대 노인이 고향 인천의 아이들이 맘껏 공부하고 꿈을 펼칠 수 있게 써달라며 자신의 남은 전 재산 2억원을 지역아동센터에 쾌척해 눈길을 끈다.

미추홀구 학익동에 살고 있는 김애성(85) 할머니다. 1일 김 할머니는 월세를 내지 못해 명도소송 위기에 몰린 3곳의 지역아동센터를 위해 써달라며 2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 전달식이 끝나고 자택에서 만난 김 할머니는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소문을 내려 하냐"며 "아이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가 기부한 2억원은 숭의·예향꿈터·꿈나무 등 3곳 지역아동센터의 센터 자립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일 예정이다. 우선 밀린 월세를 갚아 급한 불을 끄고, 월세를 전세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80여 명의 아이들에겐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김 할머니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1933년생인 김 할머니는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한 5살 즈음부터 인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정미소를 운영했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아버지와 3남 2녀 형제자매들이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모르거나 죽고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장으로 살아왔다.

홀어머니를 모시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해 재산을 모았다. 두부 공장, 제재소 등을 운영하며 직원 여럿을 뒀을 정도로 사업이 번창한 시기도 있었다.

할머니가 60세가 되던 해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이전까지 수십억원의 자산을 모으기도 했다. 세 자녀는 모두 명문대를 나와 잘살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남모르게 돕고 살아왔다. 남편 없이 열심히 일한다거나 부모가 없어도 용기를 갖고 노력한다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며 평생을 살았다.

김 할머니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돕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에 김 할머니가 쾌척하게 된 2억원도 30여년 전에 할머니에게 은혜를 입은 한 청년이 할머니에게 진 빚을 일부나마 갚겠다며 10여년 전에 돌려받은 돈이었다.

김 할머니는 "다 늙어서 돈이 필요없는 나이가 됐는데, 그동안 돈을 통장에 두고 어떻게 이 돈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역아동센터를 돕게 됐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평생 처음 소문을 냈는데, 이제 자녀들도 알게 될 거라"면서 "자식들도 이 소식을 듣고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