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에 들어서면 좌·우로 도봉산과 수락산이 눈에 들어오고 북동쪽에는 조선14대 선조의 후궁인 정빈 민씨를 비롯 제7자 인성군, 손자 해원군, 증손 화릉·화창·화춘군 등 왕손의 묘가 곳곳에 자리한 천보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이곳 산자락에 50여년 동안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훼손, 지역주민과 이 곳을 찾는 외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의정부시 송산동 천보산 입구를 100여m 지났을 무렵 산자락을 빙 둘러친 미군부대 철책이 눈에 띈다.
소나무를 기둥삼은 가시 철조망으로 20년생 소나무 20여그루가 파여 손으로 건드리기만해도 껍질이 떨어지는 등 죽어가고 있다.
산 중턱에 다다르면 군데군데 자리한 바위에 페인트를 분사해 그려 놓은 낙서자국이 뚜렷하다.
낙서는 영문으로 자신의 이름이나 욕설을 새겨 넣거나 페인트로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 어지럽다.
특히 천보산 중턱 큰 바위에 그려진 인근 미군부대 마크는 수㎞ 떨어진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미군측은 천보산 낙서들을 현재까지 지우지 않고 있다. 수락산·도봉산도 이곳 미군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주민들은 미군에 의한 자연훼손은 산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고 전한다.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산정상부근도 상당부분 훼손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민 심모씨는 “바위에 페인트 칠을 한 낙서는 빗물 등 자연상태에서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 특수한 제거작업이 필요하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훼손은 더욱 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미군에 의해 훼손된 부분은 원상복구조치를 촉구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