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주민 윤모(24·여)씨는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문고리, 쓰레기통, 변기 위 선반 등 '몰카'가 있을 만한 곳을 뒤져본다.
누군가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수민(24·여)씨도 공중 화장실에 가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
김 씨는 "벽이나 문 곳곳 뚫린 구멍이 휴지로 막혀 있는 곳이 적지 않는데, 그 속에 누가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이른바 몰카 범죄를 막겠다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수시 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50억원을 보내 몰카 탐지기를 구입하고 상시 점검반을 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들은 전파·적외선 탐지기를 이용해 공중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지만 숨겨진 불법 촬영 기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공중 화장실의 고정형 불법 촬영 기기 단속을 진행 중이고, 인천의 10개 기초자치단체는 9월부터 전수 조사에 나섰다.
고정형 촬영 기기 적발 사례가 나오지 않자 점검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곳도 있지만 이러한 '인력 동원 방식으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시는 2016년 8월부터 '여성 안심 보안관'을 지정해 수시 점검을 벌여왔으나 2년여 동안 적발 건수는 '0건'이다. 경찰도 단속 실적을 높이기보다 불법 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합동 점검을 해도 단속 실적이 없고, 시민의 체감 안전도가 높아지지 않자 '특별 대책'을 세워 시행한 기관까지 나왔다. 인천시서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서곶근린공원, 석남체육공원 등 6개 공원의 여성 화장실 칸막이 하단부의 틈새를 막는 '안심 스크린'을 설치했다.
불법 촬영 범죄의 상당수가 칸막이 하단의 공간을 통해 고정형 카메라가 아닌 휴대용 기기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틈새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서구시설공단 관계자는 "야외에 있는 공중 화장실의 특성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범죄에 취약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탐지기를 이용한 수시 점검에도 한계가 있어 안심 스크린을 도입했고 반응도 좋았다"며 "내년에 30개 화장실에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공승배기자 problema@kyeongin.com
몰카범죄 합동단속 실적 '0'… 커지는 시민 불안
인력동원 방식 한계 지적… 서구, 여자화장실에 '안심 스크린' 설치도
입력 2018-10-02 21:24
수정 2018-10-0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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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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