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가 두 사람의 연정에 불을 붙였단다.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출중한 외모로 김 위원장의 실세 피붙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에 당첨됐다. 당사자인 임종석 실장 대신 '외모패권'에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했다. "사람들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다"는 것이다.
미북정상회담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이자, 평양남북정상회담의 훈훈한 장면을 강조하는 여담으로 치부할 수 있다. 정식으로 평론하자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조롱받기 십상일 게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남북 평화무드에 취해 낙관적 언어유희가 난무하는 현실은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선언"이라며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미국에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압박한 발언은 종전선언 자체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와 미국은 종전선언의 몸값을 최대한 높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실행 조치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기능을 다한 영변핵단지 폐기를 위해 종전선언 카드를 써버리면,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인정한 최대 60개의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외교카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전선언을 남북평화협정의 시발로 삼으려는 노심초사는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종전선언은 귀하게 쓸 카드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남북철도 연결비용과 관련 "통일되면 다 우리나라 것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남북미 협상은 통일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남북체제 공존협상 아닌가. 또한 대통령 말대로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어기면 취소 가능한 종전선언이라면, 우리의 대북투자가 우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이 절체절명의 남북미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트럼프의 사랑', '김여정 팬클럽 회장'류의 낭만적 에피소드와 낙관적 전망의 범람으로 엄숙한 시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흐트러질까 저어할 뿐이다. 반대로 북한은 김정은 남매의 이미지 외교와 실무진의 실리 외교라는 전략적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다. 전체주의의 효율이 두렵다.
/윤인수 논설위원